2026.10.27 · Vol. III · No. 44
GLOBAL · 한국 시장 / Vol. III · Issue 43

클라우드 가격 경쟁의 역설: 기업들의 온프레미스 데이터센터 재투자 가속

클라우드 삼두구도의 가격 경쟁과 반도체 부족이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의 자체 인프라 구축을 재점화하면서 서버 제조사와 냉각 솔루션 업체의 수주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추적한다.

Figure 0 Data center server server room
Data center server server room Openverse (CC0)

온프레미스 데이터센터 재투자 가속화: 클라우드 역설의 수혜자

클라우드 가격 경쟁의 심화가 역설적으로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의 자체 데이터센터 재투자를 촉발하고 있다. AWS·Azure·GCP 삼두구도의 가격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일부 워크로드를 온프레미스로 역이동(repatriation)시키거나 하이브리드 구조로 재편성하는 선택을 가속화 중이다. 반도체 수급 불안정성과 AI 인프라에 대한 엔터프라이즈 수요가 겹치면서 서버 제조사들의 주문은 분기 단위로 모멘텀을 키우고 있다.

HPE와 DELL의 재개된 성장 모멘텀

HPE(Hewlett Packard Enterprise)와 DELL(Dell Technologies)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2026-10-23 기준 HPE의 종가는 56.69 USD로, 3개월 누적 상승률이 17.94%에 달한다. 더 주목할 점은 매출 성장률이다. HPE의 연간(YoY) 매출 성장률은 33.7%로,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의 확대세를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75.3억 달러, PER 29.2라는 평가는 시장이 이 회사의 인프라 수주 파이프라인을 향후 12~24개월 호재로 평가 중임을 시사한다.

DELL의 성장은 더욱 가파르다. 2026-10-23 기준 종가는 456.44 USD이며, 연간 매출 성장률은 57.7%에 도달했다. 이는 HPE를 24 포인트 앞지르는 수치다. 시가총액 290.2억 달러, PER 26.5의 평가 체계는 HPE보다 낮지만, 매출 성장의 절대 규모를 감안하면 DELL이 온프레미스 복귀 수요의 주요 수혜자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두 회사 모두 순이익률은 HPE 6.7%, DELL 7.5%로 제조 산업 치고 건실하며,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장기 주문 가시성이 확보되어 있음을 반영한다.

클라우드 역설의 4가지 동인

1. 클라우드 삼두구도의 가격 경쟁 심화와 마진율 악화: AWS·Azure·GCP는 2024년부터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했고, 2025년 상반기엔 x86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구간에서 할인이 상시화되었다. 이는 클라우드 운영사 입장에서는 IaaS 마진 압박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월 사용료 기반 클라우드가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는 신호로 작동한다. 특히 예측 가능한 워크로드(ERP·데이터베이스·엣지 처리)는 3~5년 구간에서 온프레미스가 총소유비용(TCO)으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엔터프라이즈 CIO들은 이를 반영한 하이브리드 리밸런싱에 들어간 상태다.

2. AI 인프라 수요와 반도체 부족의 교차: 대형 언어모델 학습·미세조정·추론에는 고성능 GPU와 가속기가 필수인데, 공급 절벽은 지속되고 있다. NVIDIA H100·H200의 납기는 612개월 대기선이 여전하며, 기업들은 CPU 기반 성능 최적화나 온프레미스 소규모 학습 인프라를 병렬로 구축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즉, 클라우드에서 모든 AI를 해결하지 못하니 자체 인프라가 필수가 되는 구조다. HPE와 DELL은 이런 고객 요청에 응하기 위해 모듈러 서버·액체냉각 솔루션·엔클로저 디자인을 12년 주기로 갱신 중이다.

3. 엔터프라이즈 고객의 공급망 통제 욕구 심화: 팬데믹과 지정학적 긴장이 남긴 교훈은 “중요 인프라의 외주화는 위험”이라는 인식 전환이다. 금융기관·에너지·제조 등 핵심 업종의 CTO·CIO 겹층은 클라우드 인프라를 “비상사태에 끌려 내려갈 수 있는 외부 의존성”으로 보기 시작했다. 규제 강화(데이터 레지던시·감사 권리)도 겹쳤다. 이 심리적·규제적 시프트가 온프레미스 재투자 의사 결정의 저변에 깔려 있다.

4. 엣지·5G 산업 가치망의 확장: 제조 자동화·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 저지연(sub-100ms) 처리가 요구되는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거리상 원격 클라우드에 전송할 수 없고, 현지 또는 근처(near-edge) 서버가 필수다. 엔터프라이즈 IoT 플랫폼·5G MEC(Mobile Edge Computing) 기반시설 확충이 HPE, DELL의 엣지 서버 수요로 직결되고, 이것이 전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성장축으로 부상 중이다.

구조적 강점과 제약

HPE와 DELL의 강점: 두 회사 모두 수십 년 엔터프라이즈 관계 자산을 보유했고, 고객 팀(컨설팅·통합·유지보수)의 진입장벽이 높다. 특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스택(HPE의 GreenLake, DELL의 VxRail 등)은 고객의 온프레미스↔클라우드 간 워크로드 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차별화 요소로 작동 중이다.

단기 제약: 1개월 등락을 보면 HPE는 -10.75%, DELL은 -14.73% 낙폭을 기록했다(2026-10-23 기준). 이는 시장이 여전히 클라우드 강성론과 온프레미스 복귀론을 오가며 가격을 재평가 중임을 의미한다. 또한 칩 수급 완화 신호(특히 중국의 국산 GPU 진전)가 나타나면 단기 공급 긴박감이 사라지고 수요가 일시 부진할 수 있다.

정리

클라우드 삼두구도의 가격 전쟁은 역설적으로 온프레미스 인프라 재투자 사이클을 열고 있다. HPE의 33.7%, DELL의 57.7% 연간 매출 성장률은 이 변화가 단발이 아닌 구조적 재편임을 시사한다. 반도체 수급과 AI 인프라 수요 확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변수지만, 향후 12개월 동안 엔터프라이즈의 온프레미스 지출 증가 모멘텀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