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 Vol. III · No. 37
Investment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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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GLOBAL

전기차 공장의 마지막 근무일

EV 배터리 과잉 설비로 휴지되는 자동차 공장의 작업자가 경험하는 산업 축소의 현실. 30년 근무한 공장이 문을 닫으며, 그가 마지막 제품을 생산하는 장면을 통해 구조적 실업을 그린다.

· 3분 읽기 · #스토리#멜로

새벽 여섯 시. 오반석은 정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원증을 리더기에 갖다 대는 손이 잠시 허공에 떴다가 내려왔다. 30년이었다. 첫날도 이 리더기 앞에서 똑같이 머뭇거렸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설렘 때문이었고, 오늘은 다른 이유였다.

공장 안은 낯설게 조용했다. 평소라면 오전 교대 준비로 이미 소음이 가득했을 시간이지만, 컨베이어 라인 A동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구석에 쌓인 부품 박스들은 포장조차 뜯기지 않은 채 먼지를 덮어쓰고 있었다. B동 라인만 절반 속도로 돌아갔다. 오늘 낮 열두 시에 마지막 차 한 대가 그 라인을 빠져나오면 모든 게 끝난다.

오반석은 B동으로 걸어갔다. 30년 중 처음 15년은 도장 공정에서 보냈다. 나머지 15년은 최종 검수 라인 감독이었다. 그가 손으로 차체 패널을 훑으면 미세한 기포 하나, 0.2밀리미터의 단차도 놓치지 않았다. 동료들은 그를 ‘손바닥 센서’라고 불렀다. 그 별명이 자랑스러웠다.

2년 전부터 공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킬로와트시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불가능하다던 숫자였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생산 능력을 실수요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리면서 공급 과잉이 굳어졌고,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그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동방배터리 같은 회사들은 가동률을 낮추거나 라인 전환에 나섰다. 배터리가 싸지자 전기차 가격이 내려갔고,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는 그해에만 전년 대비 38퍼센트 줄었다.

숫자는 공장 바깥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라인 속도가 줄어들고 야간 교대가 사라지면서 그 숫자가 공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작년에 생산 목표가 절반으로 깎였다. 올 초에 사측이 가동 중단을 발표했을 때, 오반석은 노조 공지판 앞에 한참 서 있었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데 한참 걸렸다.

오전 열 시쯤, 남은 직원 180명이 B동으로 모였다. 예전에는 이 공장에 900명이 일했다. 절반은 이미 1년 전에 희망 퇴직을 받았고, 나머지는 협력 업체로 이전하거나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늘 남은 사람들은 마지막 라인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이었다. 그 이유가 의리인지, 습관인지, 아니면 달리 갈 곳이 없어서인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라인 위에는 흰색 세단 한 대가 올라와 있었다. 공장이 20년 넘게 생산해온 중형 세단의 마지막 차체였다. 도장은 전날 이미 끝났고, 내장 조립이 천천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오반석은 라인 옆에 서서 차체가 한 공정씩 이동하는 것을 지켜봤다. 유리 장착, 시트 설치, 대시보드 조립. 손을 뻗어 뭔가를 직접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자신이 감독자라는 사실도, 30년 선배라는 사실도 다 잊고 그냥 서 있었다.

낮 열두 시 7분. 마지막 차가 최종 검수 구역으로 들어왔다. 오반석이 걸어 나갔다. 장갑을 꼈다. 손바닥으로 차체 앞 펜더부터 뒤 범퍼까지 천천히 훑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컨베이어 벨트 소리도 이미 꺼져 있었다. 그의 손이 차 지붕을 가로질렀을 때 손끝이 잠깐 멈췄다. 기포도, 단차도 없었다. 완벽했다.

그가 엄지를 세웠다. 누군가 박수를 쳤다. 한 명, 두 명, 그러다 B동 전체가 울렸다. 오반석은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 차 옆에 그냥 서 있었다. 박수를 받는 것인지, 차를 보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서 있을 곳이 거기밖에 없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오후 세 시, 정문 밖으로 나왔다. 주차장은 반쯤 비어 있었다. 오반석의 낡은 차 옆에 빈 공간들이 하얀 선으로 구획되어 있었다. 그 선들은 예전에 누군가의 차가 서 있던 자리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사원증을 주머니에 넣었다. 반납 기한은 내일까지였다. 오늘 하루는 조금 더 가지고 있어도 될 것 같았다. 차에 올라타면서 백미러로 공장 건물을 한 번 봤다. 굴뚝은 더 이상 연기를 내뿜지 않았다. 누군가 저 안에서 불을 끄고 있을 것이다. 순서대로,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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