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 Vol. III · No. 44
Data center server server room
Openverse (CC0)

민서하는 화면 너머의 구름 띠를 오래 바라봤다.

실제 구름이 아니었다. 회사 서버가 처리한 대기 압력 데이터가 색깔로 번진 것이었다. 붉은 띠가 한반도 동해안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그가 입사한 지 사 년이 됐지만, 이 화면을 볼 때마다 여전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날씨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숫자가 되고, 숫자가 돈이 되는 과정 어딘가에서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

“이게 3시간 뒤 태풍 이동 경로입니다.”

그는 목소리를 고르고 화상회의 화면을 바라봤다. 맞은편에는 한별보험 리스크관리팀장 조민철이 앉아 있었다. 넥타이는 풀렸지만 눈빛은 팽팽했다.

민서하가 일하는 곳은 우천데이터라는 기후정보 스타트업이었다. 기상청 위성 데이터와 민간 IoT 센서망, 위성업체에서 사온 레이더 원시 데이터를 조합해 기업용 날씨 예측 서비스를 만들었다. 처음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기상청이 공짜로 데이터를 주는데 누가 돈을 내겠냐고 했다.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시장이 증명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정밀도가 다릅니다.”

민서하는 두 개의 화면을 나란히 띄웠다. 왼쪽은 공공 기상 서비스의 태풍 예측, 오른쪽은 우천데이터의 예측이었다. 같은 태풍을 보고 있었지만 상륙 예상 지점이 120킬로미터 달랐다.

“120킬로미터면 보험 청구가 2배 이상 차이납니다.”

조민철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민서하는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계산 중이었다.

그해 초, 한풍재보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기후 재난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손실은 3,800억 달러를 넘겼다. 그 숫자가 보험업계를 흔들었다. 손실 자체가 아니라, 손실이 예측 가능했는데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리스크 모델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고, 그 격차를 메울 수 있는 건 더 정밀한 데이터뿐이었다.

기후 데이터 시장에 금광 러시가 시작된 건 그 무렵이었다.

보험사가 먼저 달려들었고, 뒤이어 물류 기업, 농업 기업, 건설사가 줄을 섰다. 청풍물산처럼 동남아시아 전역에 공급망을 가진 기업들은 홍수 3일 전 재고를 이동시키기 위해 기후 데이터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정밀 기후 데이터를 사는 게 아니었다. 결정 시간을 사는 것이었다.

경쟁자도 빠르게 늘었다. 해외 대형 기술 기업의 자회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격을 낮췄다. 오래된 기상 전문 기업들은 데이터 대신 컨설팅 중심으로 옮겨가려 했지만, 클라이언트들이 원하는 건 보고서가 아니라 API 엔드포인트였다.

민서하는 계약서를 보낸 뒤 자리에 앉았다. 사무실에는 그 혼자였다. 대표와 개발자 넷이 동시에 세 군데 미팅을 돌고 있었다. 스타트업 특유의 냄새, 달아오른 노트북과 배달 커피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화면 안에서 붉은 구름 띠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날씨는 원래 모두의 것이었다. 하늘 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독점할 수는 없었다. 우천데이터가 파는 것은 날씨가 아니라 날씨를 읽는 방법이었다. 수백만 개의 센서가 매 초 쏟아내는 신호들을 걸러내고, 쌓인 패턴에서 지금 이 순간의 위치를 찾아내는 방법. 그것은 날씨가 아니라 언어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제 그 언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120킬로미터짜리 예측 오차가 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전화가 울렸다. 조민철의 번호였다. 계약 조건을 묻는 전화라는 것을 민서하는 직감으로 알았다.

밖에서는 바람이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서버는 그것도 알고 있었다. 사람이 느끼기 3시간 전부터.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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