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배터리 전쟁: 신흥 기업의 도박
고체 배터리 기술 주도권을 놓고 신흥 기업이 기존 거대 배터리 회사와 벌이는 치열한 경쟁
양자셀은 창고에서 태어났다.
2019년, 스물두 명의 연구원이 접이식 의자에 앉아 리튬이온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던 곳이었다. 벽에는 수식이 가득했고, 에어컨은 없었다. 그들이 그린 미래는 단순했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두 배 높고, 충전은 세 배 빠르고, 불도 나지 않는 배터리. 고체 전해질이 그 열쇠였다.
문제는 세상이 이미 남해에너지의 것이었다는 점이다.
남해에너지는 거대했다. 공장 하나의 면적이 축구장 열 개였고, 연간 생산 능력은 수백 기가와트시에 달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남해에너지의 공급 일정표를 보고 자신들의 개발 계획을 세웠다. 세상은 이미 그들의 속도에 맞게 돌아가고 있었다.
양자셀이 처음 투자를 받으러 갔을 때, 한 심사역이 이렇게 물었다. “남해에너지가 같은 기술을 개발하면 어떻게 됩니까?” 양자셀의 대표 한소영은 잠시 멈췄다가 답했다. “그쪽도 아직 못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창문이었다. 기술이 아니라 시간.
고체 전해질은 까다로웠다. 액체 전해질처럼 흐르지 않기 때문에 전극과 균일하게 접촉하지 않는다. 충방전을 반복하면 균열이 생겼다. 양자셀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 문제와 씨름했다. 투자자들은 조용해졌다가 다시 시끄러워졌다가, 또 조용해졌다.
같은 시기, 남해에너지는 자체 고체 배터리 연구팀에 수천억 원을 쏟아부었다. 남해에너지가 움직이면 산업 전체가 반응했다. 부품사들은 고체 전해질 소재 공급라인을 준비했고, 완성차 업체들은 양산 일정 협의를 시작했다.
양자셀은 이 소식을 사무실 TV 뉴스로 들었다.
한소영은 그날 밤 회의를 소집했다. 칠판에 두 개의 숫자를 썼다. 250과 500. 킬로그램당 와트시로 표현한 에너지 밀도였다. 오늘의 리튬이온과 고체 배터리가 구현할 수 있는 이론치. “우리가 만드는 게 이 두 배짜리입니다. 남해에너지가 연구팀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 숫자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양산에 성공하면요?” 한소영은 칠판을 지우지 않았다.
2023년 여름, 양자셀은 시험 셀을 완성했다. 500사이클을 넘겨도 용량이 90% 이상 유지되는 결과였다. 실험실 수준이었지만, 업계 안에서는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 몇 달 뒤 강형에너지가 비슷한 발표를 냈다. 이쪽도 스타트업이었다. 경쟁자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남해에너지는 발표를 냈다. 2027년 양산 목표. 규모는 연간 10기가와트시부터 시작.
양자셀의 목표도 2027년이었다. 규모는 1기가와트시. 열 배 차이였다.
한소영은 이 숫자를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줬다. 숨기지 않았다. “우리는 처음부터 전부를 가져가려는 게 아닙니다. 남해에너지가 감당하지 못하는 틈새를 먼저 채우는 겁니다. 고성능 전기차, 항공 모빌리티, 의료기기. 가격보다 성능이 먼저인 시장.”
다음 라운드는 성사됐다.
2026년 가을, 양자셀의 파일럿 라인이 돌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여섯 달 늦었다. 공정 수율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소재 공급사 하나가 계약을 파기했다. 남해에너지는 그해 초 자사 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언론은 “고체 배터리 전쟁의 시작”이라고 썼다.
한소영은 기사를 읽지 않았다. 파일럿 라인 앞에 서서 셀 하나를 들고 있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투명한 파우치. 안에 가루처럼 보이는 것이 들어 있었다. 고체 전해질이었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2027년이 오면, 그때서야 알게 될 것이다.
남해에너지의 공장이 먼저 돌아갈 수도 있다. 양자셀이 예상치 못한 문제로 또 멈플 수도 있다. 강형에너지가 둘 다 앞지를 수도 있다.
한소영이 셀을 내려놓았다. 라인 위로 컨베이어가 돌고 있었다.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