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시대의 종말을 고하다
콘텐츠의 분산과 플랫폼의 통합이 전 지구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예상 밖의 방식으로 재편한다.
미르스트림은 오래 자기가 마지막 승자라고 믿었다. 십 년 전 그는 거실의 유일한 리모컨이었다. 구독료 하나로 모든 이야기를 내어주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옆집 별하플러스가 이사 왔고, 그다음엔 해온TV, 그다음엔 달빛시네마가 들어왔다. 스튜디오들은 각자 자기 작품을 거두어 자기 집에 걸었다. 미르스트림의 서가는 조금씩 비어 갔다. 그는 그 빈자리를 오리지널 작품으로 채우려 했고, 돈은 강물처럼 나갔다. 별하플러스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그의 장부에는 해마다 적자가 적혔다. 해온TV는 어느 분기 실적 발표 날 밤에 끝내 입을 열었다. “우린 모두 서로의 관객을 빼앗느라 관객을 잃고 있어.” 이 말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가입자들은 이미 영리해져 있었다. 그들은 신작이 나오면 한 달만 들어왔다가 마지막 회를 보고 조용히 나갔다. 업계는 이 습관을 이탈이라 불렀고, 가입자들은 그냥 장보기라 불렀다. 곧 첫 변화가 왔다. 미르스트림은 광고가 붙은 싼 요금제를 내놓았다. 한때 그가 가장 싫어하던 것, 예전 지상파 시절의 중간광고를 제 손으로 다시 들인 것이다. 계정을 나눠 쓰던 친구들의 비밀번호에도 울타리를 쳤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화를 내면서 더 많이 남았다. 두 번째 변화는 더 낯설었다. 별하플러스와 해온TV가 한 지붕 아래로 묶여 하나의 상품이 되었다. 달빛시네마는 통신사 요금제 속으로 들어가 이름이 작아졌다. 그들은 서로를 경쟁자라 부르던 입으로 이제 제휴사라 불렀다. 미르스트림은 어느 밤 오래된 서가 앞에 서서 생각했다. 흩어진 것은 다시 모이고 있었고, 그것은 해방이 아니라 케이블의 얼굴이었다. 채널 번호가 구독 목록으로 이름만 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가장 오래 사랑받는 작품은 새 시리즈가 아니었다. 십 년 전 종영한 드라마가 집을 옮길 때마다 시청 순위 맨 위로 올라왔다. 작품은 어느 집에 걸려 있든 제 관객을 데리고 다녔다. 그는 그 사실이 위안인지 경고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집들은 합쳐지는데 이야기는 여전히 저마다 떠돈다. 새벽 두 시, 어느 가입자가 그의 문을 열고 들어와 재생 버튼을 누른다. 무엇을 볼지 정하지 못해 한참 화면만 넘기다가, 결국 본 적 있는 장면에서 손을 멈춘다. 미르스트림은 그 망설임의 길이를 조용히 재 본다. 그것이 지금 그가 가진 유일하고 정확한 숫자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