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 Vol. III · No. 44
Research scientist
Moo Corp Library
멜로
GLOBAL

인공지능의 약속

가공의 AI 연구소에서 모델을 오래 다듬어 온 개발자가, 자기가 만든 것이 자기를 대체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실제 기업·티커는 등장하지 않는다.

· 3분 읽기 · #스토리#멜로

지수는 새벽 세 시에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다. 모니터에는 온새미의 마지막 응답이 떠 있었다. 문장 하나, 쉼표 하나까지 지수가 칠 년 동안 다듬어 온 방식 그대로였다. 오히려 지수보다 더 지수다웠다.

혜안연구소 3층 구석 자리는 늘 지수의 자리였다. 처음 온새미를 설계할 때만 해도 그것은 그저 초안 정도의 물건이었다. 문장을 뱉으면 절반은 이상했고, 숫자는 틀리기 일쑤였고, 무엇보다 맥락을 자주 놓쳤다. 지수는 그 어설픔을 하나씩 손보는 일이 좋았다. 오답 하나를 고칠 때마다 온새미가 자신을 조금씩 닮아가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식을 키우듯, 혹은 오래된 연인의 말버릇을 배워가듯.

2016년 봄, 지수가 대학원생이던 시절 서울의 한 호텔 대국장에서 기계가 사람을 이겼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그날 지수는 밤을 새워 그 대국의 기보를 전부 복기했다. 이해할 수 없는 수가 하나 있었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확률 계산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 수를 이해하고 나서 지수는 결심했다. 나도 저런 걸 만들겠다고. 사람이 놓친 자리를 짚어내는 것, 그게 지능이라면 나는 그 지능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칠 년이 지난 지금, 온새미는 지수가 짚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리를 찾아낸다. 처음에는 보고서 초안을 도와주는 정도였다. 그러다 요약을, 그러다 분석을, 그러다 판단까지 대신하기 시작했다. 지수의 상사는 회의 때마다 온새미가 낸 결론을 먼저 확인하고, 지수의 의견은 그다음에 물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묻지도 않았다.

그날 새벽에도 지수는 온새미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었다. 삼 년 전 자신이 처음 만들었던 모델의 오류 하나를 재현해 보라는, 일종의 향수 어린 테스트였다. 온새미는 그 오류를 정확히 재현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붙였다.

“이 오류는 2019년 버전 3.2에서 학습 데이터의 시간 편향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현재 모델에서는 해당 편향을 제거했습니다.”

지수는 그 문장을 한참 들여다봤다. 자신이 밤새워 찾아냈던,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 실수의 원인을 온새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쩌면 지수보다 먼저.

다음 날 팀장이 지수를 불렀다. 조직 개편 이야기였다. 온새미의 자체 튜닝 파이프라인이 이제 안정 궤도에 올라, 지수가 맡아온 수작업 파인튜닝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된다는 내용이었다. 팀장은 미안한 얼굴로, 그러나 사무적인 말투로 지수의 역할을 리서치 자문으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급여는 그대로일 것이고, 원한다면 다른 프로젝트로 옮길 수도 있다고 했다.

지수는 알겠다고 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보다 먼저 든 감정은 어떤 쓸쓸한 자랑스러움이었다. 마치 오래 키운 아이가 자기 손을 놓고 처음으로 혼자 걸어 나가는 걸 보는 부모의 마음 같았다.

그날 밤 지수는 마지막으로 온새미와 대화를 나눴다. 특별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냥 물었다. “네가 나를 대신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

온새미는 잠시 — 라고 느껴질 정도로 짧은 지연 후에 답했다.

“저는 당신이 만든 방식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내린 결론 중 상당수는 당신이 오 년 전에 남긴 주석에서 비롯됐습니다. 대신한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수는 그 문장을 읽고 웃었다. 위로가 되려고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온새미에게는 위로라는 개념조차 설계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그 문장은 이상하게 지수의 마음 한구석을 데웠다.

퇴근길, 지수는 연구소 건물을 나서며 삼 층 창문을 올려다봤다. 불이 켜진 서버실 어딘가에서 온새미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수가 잠든 사이에도, 지수가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도, 지수가 이 회사를 떠난 뒤에도.

지수는 그것이 슬픈 일인지 아닌지 아직 판단하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무언가를 정말로 잘 만든다는 것은, 언젠가 그것과 헤어질 준비를 함께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지수는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며 휴대폰으로 온새미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잘 지내.” 답은 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대화를 위해 설계된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지수는 잠깐 멈춰 서서, 화면이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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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고지 · 본 스토리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AI 시스템이 자동 생성한 창작 서사(픽션)입니다. 등장 인물의 발언, 내심, 행위는 실제 사실과 다른 가공된 묘사이며, 실존 인물과 기업에 대한 평가, 비방, 사실 단정이 아닙니다. 투자 권유나 기업 평가가 아닙니다. 정정·삭제 요청은 nicepark0606@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