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소 장부의 한 줄
희귀 합금 정제소의 생산 장부에서 한 줄의 숫자가 맞지 않는다. 품질팀의 젊은 분석가는 그 숫자를 따라가다 공급망 전체가 어긋난 기록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밤 열한 시, 단우희금속 품질분석실에는 서지안 혼자 남아 있었다. 형광등 하나만 켜진 방에서 모니터 불빛이 그의 안경에 두 개의 네모를 만들었다.
문제의 숫자는 3공장 갈륨 정제 라인의 월말 장부 한 줄이었다. 회수율 94.2퍼센트. 지난 열네 달 동안 이 라인의 회수율은 91.8에서 92.3 사이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공정이 갑자기 좋아졌다면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서지안은 입사 2년 차에 이미 알고 있었다. 좋아지는 숫자가 나빠지는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을 숨긴다는 것을.
“또 야근이에요?”
경비 아저씨가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서지안은 웃어 보이고 화면으로 돌아갔다.
그는 회수율의 분모부터 거슬러 올라갔다. 원료 입고량, 로트 번호, 계량 전표. 번호 체계는 단순했다. 날짜 여섯 자리에 입고처 두 자리, 일련번호 세 자리. 그런데 11월 둘째 주에 들어온 원료 로트 241106-KR-017이 장부에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3공장, 한 번은 1공장 출하 기록에.
같은 원료가 두 곳에서 한 번씩 소비된 것이다. 아니면 한 번 소비된 원료가 두 번 계산됐거나.
후자라면 분모가 부풀려졌어야 했다. 그런데 회수율이 올라갔다는 건 분모가 줄었다는 뜻이다. 서지안은 손가락을 멈췄다. 누군가 입고량을 깎았다. 깎인 만큼의 갈륨은 어디로 갔는가.
그는 계량 전표 원본을 보관한 서고로 내려갔다. 새벽 한 시의 서고는 종이 냄새와 냉각기 소리뿐이었다. 전표 철을 넘기던 그의 손이 멈췄다. 017번 전표의 중량란에 볼펜으로 덧쓴 흔적이 있었다. 412킬로그램 위에 382킬로그램. 30킬로그램의 차이. 서명란의 이니셜은 M.J.H., 마정훈 부장이었다.
“그 시간에 거기서 뭐 하나.”
뒤에서 목소리가 났다. 서지안은 전표를 철에 끼워 넣으며 돌아섰다. 마 부장이 서고 입구에 서 있었다. 점퍼 차림이었고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월말 대사 중입니다. 3공장 회수율이 좀 이상해서요.”
“이상할 것 없어. 공정 개선 효과야.” 마 부장의 말투는 평온했다. “지안 씨, 서른 근이 문제가 아니야. 올해 고객사 인증 갱신이 걸려 있어. 회수율 92퍼센트 밑으로 내려가면 납품 자격이 흔들려. 그러면 우리만 흔들리나? 우리 합금을 받는 쪽 라인도 같이 서.”
“그러면 30킬로그램은 어디 있습니까.”
침묵이 길었다. 냉각기가 한 번 꺼졌다 켜졌다.
“슬래그 탱크.” 마 부장이 말했다. “버린 게 아니야. 쌓아 둔 거야. 다음 분기에 재처리해서 장부에 맞출 거였어.”
서지안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서늘했다. 거짓이었다면 한 사람의 비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을 빌려 쓰는 방식이었다. 이번 달의 숫자를 다음 달이 갚는 구조. 그리고 그 구조가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다른 것들도 따라서 보였다.
그는 사무실로 올라와 지난 2년의 월말 장부를 한꺼번에 불러냈다. 로트 번호가 겹치는 달이 열한 번이었다. 두 해 전,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에 허가제가 걸려 원료 값이 요동치던 그해부터였다. 원료가 귀해지자 장부가 먼저 부드러워진 것이다. 고객사에 보낸 성분 시험 성적서는 이 장부의 로트 번호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었다. 성적서 아래에는 또 그 합금을 쓴 부품의 이력이, 그 아래에는 완제품의 이력이 있었다.
한 줄이 어긋나 있으면 그 위에 얹힌 모든 줄이 같은 만큼 어긋난다. 어긋난 줄이 하나인지 수천 개인지는, 아직 아무도 세어 보지 않았다.
새벽 네 시, 서지안은 메일 작성창을 열었다. 수신인 칸에 감사실 주소를 쳤다가 지웠다. 품질보증 책임자의 주소를 쳤다가 지웠다. 고객사 인증 담당자의 주소 앞에서 커서가 오래 깜박였다.
창밖에서 첫 화물차가 정문을 통과하는 소리가 들렸다. 3공장 굴뚝에서는 여전히 흰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장부 속에서 94.2퍼센트로 돌아가는 라인이 실제로는 몇 퍼센트로 돌아가는지, 그 숫자를 아는 사람은 이 건물에 이제 두 명이었다.
그는 수신인 칸을 비운 채, 제목 줄에 한 문장을 적었다.
로트 241106-KR-017에 대하여.
그리고 본문의 첫 줄을 쓰기 시작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