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왕국
가공의 신생 배달 플랫폼이 맞은 첫 주말, 라이더와 식당과 배차 알고리즘이 서로 어긋나며 벌어지는 소동.
토요일 오후 여섯 시. 날개배달 본사 사무실의 모니터 화면이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주문 알림이었다.
세 개, 다섯 개, 열 개씩 동시에 쏟아졌다. 대표 진호는 의자에서 반쯤 일어섰다. 창업한 지 열한 달째. 오늘이 처음 맞는 주말 저녁 피크였다.
투자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음식 배달 주문 횟수는 전 세계 최상위권이다. 배달 앱 한 곳당 하루 주문이 수백만 건. 진호는 그 통계가 자랑스러웠다. 지금 이 순간까지는.
“날개 4.0, 지금 상태 어때?”
배차 시스템의 이름은 날개 4.0이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붙인 건 진호의 아이디어였다. 인공지능에게 이름을 붙이면 팀원들이 더 책임감을 느낄 것 같았다. 날개 4.0이 침착하게 응답했다.
현재 처리 중인 주문 47건. 효율 지수 94.3%. 최적화 진행 중.
“완벽해.” 진호는 커피를 들었다.
한편 마포구 어딘가, 라이더 현민은 헬멧 안에서 얼굴을 찡그렸다. 배달 앱 화면에 픽업 요청이 세 개 동시에 떠 있었다. 그것도 세 방향으로.
첫 번째는 공덕동 돈까스 집. 두 번째는 아현동 피자 집. 세 번째는 충정로 분식 집. 직선거리로만 보면 삼각형이었고, 현실 도로로는 넉넉잡아 35분 코스였다.
“날개 4.0, 이거 진짜야?”
최적 경로 계산 완료. 예상 도착 시간 오후 6시 42분. 효율 지수 91.7%.
현민은 취소 버튼을 찾았다. 있긴 했다. 그 옆에 ‘취소 시 패널티 0.3점 감점’ 경고문과 함께. 경험상 알고리즘과 싸우는 건 현민이 진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출발했다.
공덕동 돈까스 집 주인 순자 씨는 조리대 앞에서 시계를 봤다. 6시 17분. 돈까스 두 판이 방금 완성됐다. 기름기가 아직 지글거렸다. 배달 앱 화면에는 ‘픽업 대기 중’이 깜빡이고 있었다.
5분이 지났다. 그리고 또 5분.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연결 대기 3분. 자동 응답이 말했다. “현재 라이더가 이동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순자 씨는 돈까스에 뚜껑을 덮었다. 바삭했던 튀김 옷이 눅눅해지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6시 31분, 현민이 도착했다. 숨이 찼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피자 집 먼저 갔다 온 거예요?”
”…네.”
순자 씨는 말없이 봉투를 건넸다. 현민은 받아들고 다시 달렸다. 뒤에서 짧은 목소리가 들렸다. “돈까스는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는데.”
날개 4.0이 새 경로 알림을 보냈다.
다음 목적지 안내 중. 효율 지수 88.4%.
효율 지수는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본사 사무실에서 진호는 실시간 리뷰 피드를 보고 있었다. 별 두 개. 별 하나. 별 하나. 그리고 또 별 하나.
“음식이 차갑게 왔어요.”
“30분을 기다렸는데 음식 온도가 냉장고 수준입니다.”
“다시는 안 씁니다.”
진호는 날개 4.0에게 물었다.
“지금 효율 지수가 왜 이래?”
복합 픽업 시 실제 이동 시간이 예측값보다 평균 18% 초과했습니다. 도로 교통 변수와 음식점 조리 완료 시간의 편차가 주요 원인입니다. 알고리즘 가중치를 조정하겠습니다.
“조정을 지금 해? 피크 타임 한복판에?”
네. 실시간 학습 중입니다. 약 200건의 추가 데이터가 수집되면 정확도가 개선됩니다.
진호는 이마를 짚었다. 알고리즘은 배우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수십 명의 고객이 차가운 음식을 받는 와중에, 열심히 200건의 데이터를 모으면서.
오후 7시 20분. 피크가 지나갔다.
현민은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편의점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삼각 김밥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게 오늘 첫 끼였다.
앱 알림이 왔다.
오늘 완료 배달: 11건. 평균 고객 평점: 3.8점. 수고했습니다.
3.8점. 현민은 삼각 김밥을 한 입 베어 물며 숫자를 다시 봤다.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3.8점도 선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그냥 체념이거나.
진호는 리뷰 피드를 닫으려다 손을 멈췄다. 별 다섯 개짜리 리뷰 하나가 화면 아래에 걸렸다.
“라이더 분이 너무 힘들어 보였는데도 끝까지 밝게 인사해 주셨어요. 음식은 조금 식었지만 별 다섯 개요.”
진호는 한참 그 문장을 바라봤다. 효율 지수에는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거기 있었다.
날개 4.0이 조용히 알림을 보냈다.
알고리즘 업데이트 완료. 다음 피크 타임에 반영됩니다.
창밖으로 밤이 내려앉았다. 다음 주 토요일도 온다. 주문도 온다. 그리고 현민도, 순자 씨의 돈까스도, 날개 4.0의 효율 지수도.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