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 Vol. III · No. 44
Semiconductor circuit board
Openverse (CC0)
멜로
GLOBAL · RETAILSHIFT

백화점의 마지막 신호

70년 전통의 백화점이 매장 폐쇄를 결정하고 전자상거래로 완전 전환하는 CEO의 진퇴양난의 선택.

· 4분 읽기 · #스토리#멜로

이주영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커피 냄새보다 먼지 냄새를 먼저 맡았다.

5층 카페 — 한성백화점의 가장 꼭대기. 20년 전만 해도 이 자리에 자리가 없어 줄을 섰다. 오후 두 시면 테이블마다 쇼핑백이 가득했고, 중년 여성들이 케이크 한 조각을 두고 세 시간을 앉아 있었다. 지금은 테이블 열여섯 개 중 세 개만 찻잔이 놓여 있다. 주인도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이다.

그는 창가 자리에 앉아 서류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손을 떼지 않았다.


봉투 안에는 세 가지 문서가 들어 있었다.

첫 번째는 컨설팅 보고서였다. 요약 페이지의 숫자들이 선명했다. 지난해 전국 오프라인 백화점의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19퍼센트 감소했다. 한성백화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 채널의 거래액은 41퍼센트 성장했고, 30대 이하 소비자 중 백화점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열한 퍼센트에 그쳤다.

두 번째 문서는 법무팀이 작성한 폐점 절차 검토서였다.

세 번째는 이사회 서명란이 비어 있는 결의서였다.

이주영이 서울 중심가에 있는 한성백화점의 CEO 자리에 앉은 지 오 년이 됐다. 그 전에는 CFO였고, 그 전에는 전략기획팀장이었다. 처음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그의 나이 스물일곱이었고, 아버지 이성진이 아직 경영 일선에 있었다. 이성진은 회사 창업자가 아니라 2대 경영자였다. 창업자는 이주영의 할아버지, 이봉열이었다.

1955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2년이 지난 해. 이봉열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바닥 면적 1백20평짜리 상점을 열었다. 이름은 그냥 한성 상회였다. 처음에는 양복지와 내복을 팔았다. 이듬해 1층을 확장하면서 신발 코너가 생겼고, 4년 후에는 3층짜리 건물 전체를 쓰게 됐다. 백화점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1963년이었다.

이주영은 그 역사를 외우고 있었다. 외울 수밖에 없었다. 어릴 때부터 들었으니까.


오전 열한 시, 인사팀장 정대호가 올라왔다.

“회의실에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직원들이라는 단어가 이주영의 목에 걸렸다. 한성백화점 전체 임직원 수는 현재 987명. 그 중 정규직 직영 판매원은 218명이었다. 나머지는 입점 브랜드 파견직이었다.

“몇 명이요?”

“노조 대표 포함 열두 명입니다.”

이주영은 서류 봉투를 가방에 넣었다. 손이 약간 떨렸다.

회의실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옆에 1층 화장품 코너가 펼쳐져 있었다. 향수 시향지를 흔드는 판매 직원이 지나는 고객 두 명에게 말을 걸었다. 고객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걸어갔다. 판매 직원은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그 표정이 이주영의 시야에 오래 남았다.


회의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사람 중에 박순자가 있었다. 여성 캐주얼 코너 판매원. 입사 32년 차. 이주영이 처음 이 건물에 들어섰을 때 이미 이 자리에 있었다.

박순자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노조 위원장이 서면 질의서를 읽어 내려갔다. 구조조정 규모. 희망퇴직 조건. 오프라인 폐점 후 온라인 전환 로드맵에서 판매 직군의 역할.

이주영은 경청했다. 대답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면서.

“아직 이사회 결의가 나지 않았습니다. 공식 입장은 그 이후에.”

노조 위원장이 멈칫했다.

“그럼 오늘 이 자리는 왜 만드신 겁니까.”

이주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들으려고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박순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저는 여기서 32년 일했습니다. 제 딸이 저와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을 때, 말렸습니다. 유통이 어렵다는 건 저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이 자리에서 32년을 버틴 게 옳은 건지, 그냥 달리 갈 데가 없었던 건지,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목소리를 고르지 않았다. 흔들리는 그대로였다.

“저는 백화점을 사랑했습니다. 고객이 들어오는 소리, 계산할 때 영수증 뽑히는 소리, 크리스마스 트리 불 켜지는 날. 그걸 사랑한 게 잘못은 아니잖습니까.”

이주영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그는 다시 5층으로 올라갔다. 이번엔 카페가 아니라 옥상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서울의 11월 오후는 빠르게 어두워진다. 건물 아래 거리에는 퇴근 인파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이십 년 전 이 시각이면 1층 입구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연말 할인 행사, 쇼핑 티켓 시스템, 백화점 카드 포인트. 그것들이 전략이었다. 사람들이 올 이유를 만드는 것.

지금은 이유를 화면 안에서 만들어야 했다. 앱. 알림. 추천 알고리즘. 그것도 전략이라면 전략이었다.

아버지 이성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직전에 남긴 말이 기억났다.

“이 건물이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한, 사람들은 온다.”

이주영은 그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그 시절엔 맞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건물이 도시에 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 사람들을 불러오는 이유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됐다. 스마트폰 화면 안에 모든 상점이 열려 있고, 새벽 두 시에도 문을 닫지 않고, 현관 앞까지 배달이 왔다.

그것이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편리함이 틀린 방향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박순자가 말한 것 — 크리스마스 트리 불 켜지는 날 — 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방 안의 서류 봉투를 다시 꺼낸 건 자정이 넘어서였다.

자택 서재. 그는 세 번째 문서, 이사회 결의서를 펼쳤다. 서명란에 이름 세 글자가 인쇄돼 있었다. 이주영.

도장은 책상 서랍 안에 있었다.

그는 오래 앉아 있었다. 서명을 하면 절차가 시작된다. 두 달 안에 5개 직영점 중 4개를 닫는다. 온라인 전환 로드맵에는 직영 판매원 포지션이 없다. 218명 중 대부분이 희망퇴직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 않으면 다음 분기 손실이 이어진다. 은행 약정 조건을 어기는 시점이 빠르면 이듬해 봄이다. 그렇게 되면 이사회가 외부 구조조정 전문가를 선임한다. 그들은 감정 없이 계산할 것이다. 결과는 비슷하거나 더 빠르게 같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는 첫 번째 문서, 컨설팅 보고서를 다시 펼쳤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 각주가 하나 있었다.

단, 본 분석은 오프라인 공간이 제공하는 비정량적 가치 — 브랜드 경험, 고객 충성도, 커뮤니티 인식 — 를 수치화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요소의 상실 비용은 장기적으로 측정 가능하나, 본 보고서의 범위 밖에 있습니다.

그는 각주를 두 번 읽었다.

측정 가능하나, 범위 밖.

창 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수천 개의 불빛. 어느 것이 켜진 창이고 어느 것이 꺼지는 창인지, 이 거리에서는 구별되지 않았다.

이주영은 서류를 덮었다. 도장을 서랍에 그대로 두었다.

내일 아침이 오면 무언가가 결정될 것이다. 아니면 내일 아침에도 이 자리에 앉아 같은 불빛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모르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허락했다. 모르는 채로 앉아 있는 것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일인 것 같았다.


박순자는 그날 밤 퇴근 전 습관처럼 자기 코너를 한 바퀴 돌았다. 옷걸이 간격을 맞추고, 구겨진 태그를 폈다. 30년 넘게 해온 동작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조명을 확인했다. 매장 조명이 상품에 맞게 각도가 나와 있는지. 작은 것이었다. 내일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각도를 맞췄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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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고지 · 본 스토리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AI 시스템이 자동 생성한 창작 서사(픽션)입니다. 등장 인물의 발언, 내심, 행위는 실제 사실과 다른 가공된 묘사이며, 실존 인물과 기업에 대한 평가, 비방, 사실 단정이 아닙니다. 투자 권유나 기업 평가가 아닙니다. 정정·삭제 요청은 nicepark0606@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