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식탁에 앉다
고가의 농업 드론 기술을 팔려는 스타트업이 전통 농부들과의 세대 갈등 속에서 웃지 못할 기술 지원 사건을 벌인다.
하늘씨앗이 경북 의성 어딘가의 마을 회관에 도착한 건 10월 말 아침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드론 케이스를 펼쳤다. 4개의 프로펠러, 20리터 약통, 정밀 GPS 모듈. 출고가 2,800만 원. 농림부 보조금 80%를 적용하면 농가 부담이 560만 원이라는 계산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늘 시연만 성공하면 마을 단위 계약이 성사될 판이었다.
마을 이장 박 씨 할아버지는 경계의 눈빛으로 드론을 내려다봤다.
“이거이 비행기여?”
“아니요, 드론이요. 논에 농약 뿌리는 기계입니다.”
“그거 우리 손주가 장난감으로 갖고 있는 그거 아니여?”
하늘씨앗 직원 강민준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태블릿을 꺼냈다. 앱을 열어 논 지도를 불러왔다. GPS가 밭 경계를 자동으로 인식했다.
“이렇게 경로를 그리면 자동으로 날아가면서 뿌립니다.”
“근데 내가 뿌리면 두 시간이면 되는디, 이거 얼마나 걸려?”
“25분이요.”
“내가 더 빠르당께.”
할아버지의 논리는 정확했다. 강민준은 할 말을 잠깐 잃었다.
시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드론이 이륙했다. 윙 소리가 울리며 2m 높이로 올라갔다. 그런데 10초쯤 지났을 때, 드론이 갑자기 멈칫했다. 그리고 서서히 마을 회관 쪽으로 돌더니 처마 밑을 향해 기어들었다.
“어, 어?”
강민준이 태블릿을 들고 뛰었다. 처마 밑 제비집 때문이었다. 드론의 장애물 회피 센서가 새집을 인식하고 ‘회피 우선 모드’로 전환한 것이었다. 드론은 처마를 피하면서 마당을 두 바퀴 돌더니, 열려 있던 회관 문 사이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회관 안에서는 마을 어머니들이 점심을 준비 중이었다.
드론은 식탁 위에 내려앉았다.
정확히는 김치찌개 냄비 옆이었다. 뜨거운 수증기가 센서를 자욱하게 덮었다. 드론은 방향 감각을 잃고 약통 뚜껑을 반쯤 열어놨다. 다행히 탱크에 물만 채워둔 상태였다.
“야! 밥상에 기계가 왜 올라와!”
어머니 한 분이 날파리 쫓듯 행주를 휘둘렀다. 드론이 움찔했다. 프로펠러가 한 차례 돌더니 다시 멈췄다.
강민준이 뛰어들어와 드론을 집어 들었다. 어머니들은 눈이 동그랗게 떠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게 밥 먹으러 들어온 거여?”
박 씨 할아버지가 따라 들어와 그 광경을 보고는 조용히 입을 뗐다.
“이거 밥은 많이 먹어?”
웃음이 회관을 가득 채웠다. 강민준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드론을 가슴에 안았다. 2,800만 원짜리 기계가 김치찌개 수증기에 센서를 적신 채 조용히 전원을 껐다.
기술 지원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가 물었다.
“어떤 증상인가요?”
“밥상에 앉았다가 행주 맞았어요.”
전화기 너머로 5초간 침묵이 흘렀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강민준은 상황을 처음부터 설명했다. 제비집, 수증기, 행주. 상담사가 타이핑하는 소리가 들렸다. 접수 코드를 받는 데 25분이 걸렸다. 드론이 논에서 혼자 작업했을 시간과 정확히 같았다.
그날 저녁 강민준은 기술 지원 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오작동 원인: 식사 수증기. 장애물 회피 알고리즘 개선 필요.’ 그는 다음 주에도 이 마을에 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박 씨 할아버지가 할 말이 좀 더 남아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드론은 차 트렁크에 실렸다. 센서는 세척이 필요했고, 보정값도 다시 맞춰야 했다. 논에는 이미 할아버지가 직접 약을 다 쳐놨다. 예상보다 한 시간 빨랐다고 했다.
밭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하늘씨앗은 내년 봄에 다시 오기로 했다. 이번에는 제비집 회피 로직도 패치할 것이고, 수증기 차단 커버도 장착할 것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한지는 와봐야 알 일이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