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의 거짓: 전자상거래 신뢰 전쟁
AI가 생성한 가짜 리뷰를 적발하는 팀과 탄로를 피하려는 세력 사이의 은폐 전쟁. 신뢰가 분해되는 시장의 내막.
정수아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건 오전 2시였다.
노트북 화면에는 별마루 플랫폼의 리뷰 데이터가 펼쳐져 있었다. 평점 5점짜리 리뷰 4만 7천여 건. 최근 30일 내 작성된 것들이었다. 분석 도구가 뽑아낸 수치 하나가 그녀의 손을 멈추게 했다.
문장 패턴 유사도: 91.3%.
같은 제품 카테고리에 달린 리뷰들 중 91.3퍼센트가 동일한 언어 생성 체계에서 나온 텍스트 특성을 보였다. 정수아는 숫자를 지웠다가 다시 실행했다. 결과는 같았다.
별마루의 리뷰 무결성팀에 합류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쁜 리뷰를 걸러내면 된다고. 그러나 팀장 박진우가 첫날 그녀에게 말했다. “수아씨, 이건 스팸 필터가 아니에요. 전쟁이에요.” 그때는 과장처럼 들렸다. 지금은 아니었다.
2023년, 영국 경쟁시장청은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가짜 리뷰 실태를 공식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주요 플랫폼에서 전체 리뷰의 30퍼센트 이상이 신뢰하기 어려운 출처에서 생성된 것으로 분류됐다. 발표 직후 업계는 술렁였다가 조용해졌다. 해결됐기 때문이 아니었다. 게임이 더 정교해졌기 때문이었다.
정수아가 추적한 리뷰들은 예전 스팸과 달랐다. 문장이 자연스러웠다. 맞춤법이 완벽했고, 구매자의 일상이 담긴 듯한 세부 묘사가 있었다. ‘냄새가 처음엔 강했는데 이틀 뒤 적응됐어요.’ ‘남편이 선물로 줬는데 포장이 예뻤어요.’ 그러나 세 가지가 늘 같았다. 문장 리듬, 수식어 위치, 마지막 문장의 감탄사 배치.
그것은 모델의 지문이었다.
정수아는 보고서를 올렸다. 24시간 안에 답이 왔다. 법무팀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알고리즘 판단으로 판매자를 제재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보고서를 다시 썼다. 더 많은 데이터를 붙였다. 두 번째 답이 왔다. 이번엔 다른 부서에서였다.
“해당 판매자는 플래티넘 등급 파트너입니다.”
정수아는 파일을 닫지 않았다. 대신 창을 하나 더 열었다. 그 판매자와 연결된 계정들을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연결망은 생각보다 넓었다. 하나의 중심 계정에서 파생된 서브 계정이 열두 개. 각 계정은 서로 다른 IP, 서로 다른 기기 지문을 썼다. 그러나 활동 시간대가 겹쳤다. 오전 3시에서 5시 사이, 한국 표준시 기준. 사람이 그 시간에 리뷰를 쓰지 않는다. 자동화된 무언가가 쏘고 있었다.
그녀가 이 패턴을 팀 내부 채널에 올린 건 목요일이었다. 금요일 아침, 분석 계정 접근 권한 일부가 제한됐다. 공식 이유는 보안 정책 재검토였다.
박진우는 복도에서 그녀에게 조용히 말했다. “수아씨, 이게 처음이 아니에요. 6개월 전에도 비슷한 걸 찾아낸 분이 있었어요.” 그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 분은요?” 정수아가 물었다.
“팀을 나갔어요.”
정수아는 그날 저녁 자신의 개인 노트북에 분석 결과를 백업했다. 법적으로 문제없는 공개 데이터만 골랐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빠짐없이.
그날 밤 그녀는 리뷰들을 하나씩 다시 읽었다. 숫자가 아니라 문장으로. 누군가는 저 별 다섯 개를 믿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5만 원짜리 영양제에 기대를 걸었다. 3만 원짜리 화장품을 선물로 포장했다. 그 신뢰는 만들어진 것이었다. 모델이 생성하고, 계정이 올리고, 시스템이 묵인한.
별 다섯 개는 언어였다. 그리고 언어는 거짓말을 할 수 있었다.
정수아는 파일을 저장하고 화면을 바라봤다. 창밖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오늘도 리뷰들은 업로드될 것이었다. 그녀가 자는 동안에도, 자지 않아도. 분석 도구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게임이 어디서 끝날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