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전쟁: 작은 회사의 큰 도전
신흥 파운드리가 글로벌 반도체 제조 시장에 진입하며 기술·자본·정치의 삼각지대 속에서 벌이는 생존 게임.
한결파운드리는 태어난 지 7년이 되던 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 내밀었다.
그 이름이 얼마나 작게 들렸는지, 한결은 알고 있었다.
태평양정밀은 이미 3나노 공정을 양산 중이었다. 봉황일렉트로도 차세대 파운드리 라인을 발표한 지 오래였다. 두 거인이 세운 벽은 기술만이 아니라 자본으로도 만들어져 있었다. 최선단 팹 하나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200억 달러를 가뿐히 넘었다. 2023년 전후, 전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흘렀을 때, 한결의 재무팀은 그 숫자를 조용히 파일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 꺼내봤자 달라지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한결이 가진 것은 달랐다. 경기도 외곽의 팹 두 동, 28나노 공정 라인, 그리고 선단 공정 업체들이 줄곧 외면해온 구간에 대한 오래된 이해였다. 자동차 반도체, 산업용 마이크로컨트롤러, 아날로그 혼재 신호 — 화려하지 않은 시장이었다. 그러나 수요는 조용하고 꾸준히 늘고 있었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가 내연기관차의 세 배를 넘는다는 사실은, 어디선가 반드시 누군가가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틈이 전략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첫 번째 장벽은 기술에서 왔다.
블루아치반도체라는 서방의 팹리스 기업이 차량용 MCU의 파운드리 파트너를 교체하려 했다. 한결은 그 물망에 올랐다. 블루아치의 공정 요구는 한결의 현재 라인보다 반 노드 앞서 있었고, 수율 기준도 만만치 않았다. 한결은 6개월 안에 공정을 개선하거나, 아니면 입찰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엔지니어링 팀은 야근을 일상으로 바꿨다. 게이트 산화막 두께를 줄이고, 포토레지스트를 새 벤더로 교체하고, 수율을 0.1퍼센트씩 끌어올리는 일이 석 달 넘게 이어졌다. 팹 내부의 공기는 클린룸 기준 ISO 3등급 — 먼지 한 입자가 불량 한 장을 만드는 환경 — 을 유지했다. 사람의 숨결조차 계산된 공간에서, 한결은 조금씩 전진했다. 때로는 한 발 전진 뒤 반 발 후퇴였지만,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두 번째 장벽은 돈에서 왔다.
설비 증설에는 3,000억 원이 필요했다. 국내 산업은행과 두 곳의 사모펀드가 검토 테이블에 앉았다. 조건은 까다로웠다. 지분 일부를 내놓거나, 정부 보조금 확보 증거를 가져오거나, 둘 다 충족하거나. 한결은 두 트랙을 동시에 뛰었다. 낮에는 투자자 미팅, 밤에는 국가첨단산업지원 보조금 신청 서류 작업이었다. 어느 쪽도 확실하지 않았다.
사모펀드 중 한 곳은 다섯 번의 미팅 끝에 조용히 연락을 끊었다. 또 한 곳은 수익 구조 개선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 그것은 사실상 사업 모델을 바꾸라는 뜻이었다. 한결은 거절했다. 자신이 누군지를 잃어가면서까지 살아남는 건, 살아남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장벽은 지도 위에서 왔다.
한결의 주요 장비 공급사 중 하나가 미국 국적이었다. 장비 수출 통제가 강화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직접 적용 대상은 아니었지만, 그 우산이 언제 좁아질지 아무도 몰랐다. 블루아치의 본사가 있는 나라 정부는 자국 공급망 강화를 명분으로 아시아 파운드리와의 계약에 조건을 달기 시작했다. 한결의 지분 구조, 소재지, 원자재 조달 경로까지 실사 대상이 됐다.
그 압박은 특정한 누군가가 가한 것이 아니었다. 구조 자체가 압박이었다. 한결은 싸울 상대를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지쳤다.
입찰 마감 전날, 한결은 블루아치에 공정 검증 결과를 제출했다. 수율 93.2퍼센트 — 요구 기준인 92퍼센트를 가까스로 넘긴 숫자였다. 화려하지 않았다. 극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한결이 지금 낼 수 있는 최선이었다.
블루아치의 회신은 3주 후에 온다고 했다.
한결은 그 3주를 기다리지 않았다. 다음 입찰 준비를 시작했다.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7년이 가르쳐줬기 때문이었다.
팹 창고 한쪽에는 지난달 수율 측정 데이터가 프린트된 채 붙어 있었다. 93.2퍼센트. 누군가 그 위에 볼펜으로 “다음엔 94”라고 적어뒀다. 누가 적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그 두 글자를 지운 사람은 없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