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 Vol. III · No.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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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는 기억하고 있다.

처음 강철 바퀴가 자신 위를 구를 때의 그 떨림을. 1924년 봄, 침목 사이로 스며들던 빗물의 냄새. 그때부터 선로 KNR-77은 이 땅의 무게를 몸으로 받아왔다.

백 년이 지났다. 선로는 늙지 않았다. 교체되고 다시 깔리고 또 교체되었지만, 기억만큼은 녹슬지 않고 남았다. 기관사 노인이 매일 아침 손으로 이음매를 쓸어내리는 감촉. 출발 전 한 번씩 제동 레버를 당겨보는 습관. 그것이 백 년의 리듬이었다.

그런데 오늘, 역사 스피커에서 낯선 말이 흘러나왔다.

“자율 화물 기관차 시범 운행, 내년 상반기 개시.”

선로는 잠시 조용해졌다. 화물칸 13호가 천천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람이 없어도 달리는 기관차라는 거야.” 선로가 낮게 답했다.

화물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늘 기관사의 발소리로 자신이 움직인다는 걸 알아왔다. 쿵, 하는 발소리. 그 다음에 오는 출발. 그게 세상의 순서였다.

역 한쪽 대기실에서 노인이 신문을 접었다. 그의 손이 잠깐 멈췄다. 선로는 그 무게를 느꼈다. 발바닥이 플랫폼 바닥을 눌러오는 그 특유의 압력. 사십 년 동안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 섰던 무게였다.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물칸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저 사람은 어떻게 돼?”

선로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자신도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다. 기계는 선로 위를 달린다. 그러나 선로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발소리로 시작되는 출발을 먼저 배웠다. 순서가 바뀐다는 건 무언가 근본적인 것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오후 두 시, 화물 열차가 출발했다. 노인이 레버를 당겼다. 바퀴가 선로 위로 미끄러지듯 올라섰다. 선로는 그 진동을 전부 흡수했다. 백 년 동안 그래왔듯이.

열차가 떠나고 플랫폼이 조용해졌다.

선로는 생각했다. 내년 상반기에 자율 기관차가 달려온다면, 그 무게도 자신이 받아야 할 것이다. 거부할 수 없다. 선로는 원래 모든 것을 받아들이도록 태어났다. 그게 자신의 쓸모였다.

다만, 노인의 발소리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사실이 선로의 이음매 어딘가에 조용히 박혔다. 녹처럼.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저물녘, 노인이 다시 플랫폼을 걸어갔다. 퇴근길. 선로는 그의 발소리를 마지막까지 듣고 있었다. 그게 내일도 들릴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오늘은 들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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