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의 24시간
장례지도사가 유족의 상충하는 의견 속에서 고인을 존중하는 방식을 찾아낸다.
자정이 막 넘은 시각, 오재성은 빈소 문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청운장례원 3호실. 방금 운구된 고인의 이름은 한명희, 향년 일흔여섯. 긴 투병 끝에 가족들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고 했다. 재성은 수의 매무새를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오늘 밤이 길 것임을 예감했다. 가족이 들어오는 방식에 그런 낌새가 있었다. 아들과 딸이 복도에서 이미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삼일장은 기본이야. 어머니가 얼마나 살아오셨는데. 제대로 모셔야지.”
장남 한기태의 목소리였다. 육십 대 중반, 중후한 체격에 검은 상복이 빳빳했다. 그는 고인의 맏아들로, 고향에서 사업을 이끌며 집안의 기둥 역할을 자처해왔다.
“오라버니, 어머니는 생전에 요란한 거 싫다고 하셨어요.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어요.”
맞은편에 선 한소연은 40대 막내딸이었다. 눈가가 붉었지만 목소리에는 단단한 것이 있었다. 그녀는 외국에서 살다 급히 귀국했고, 비행기 안에서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고 했다.
재성은 가족 상담실 문을 조용히 열었다.
“들어오시지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았다. 재성은 차를 내놓았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특별히 원하셨던 것이 있었습니까?”
기태가 먼저 말했다. 어머니는 마을에서 존경받던 분이었다. 문상객도 많이 올 것이고, 형편이 닿는다. 체면을 지켜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했다. 말 한마디마다 무게가 실렸다.
소연은 핸드백에서 낡은 수첩 하나를 꺼냈다.
“어머니가 병원 입원하시기 전에 저한테 맡기신 거예요.”
수첩 사이에 얇게 눌린 꽃잎이 끼어 있었다. 봄에 피는 꽃인데 가을까지 보관된 것이었다. 소연이 수첩을 펼쳤다. 어머니의 글씨였다.
거창하게 할 것 없다. 국화 몇 송이면 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던 그 노래 틀어다오. 그것으로 충분하다.
기태가 수첩을 받아 들었다. 한참 들여다봤다. 그의 어깨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몰랐어.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재성은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순간이 있다. 가족이 처음으로 같은 것을 바라보는 순간. 재성이 일을 시작한 지 십오 년이 됐다. 통계를 보면 요즘 한국의 장례는 해마다 간소해지는 추세였다. 삼일장 대신 이일장을 선택하는 가정이 늘고,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나 재성이 오랫동안 목격한 것은,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이 아니었다. 형식이 무엇이든, 가족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느냐가 중요했다.
“두 분 말씀을 다 들었습니다.”
재성이 입을 열었다.
“어머님의 뜻을 중심에 두고, 문상객을 맞이할 공간과 시간은 충분히 드리는 방식이 있습니다. 형식의 무게와 어머님이 원하셨던 조용함, 둘 다 담을 수 있어요.”
기태가 물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빈소는 단정하게 꾸미되 화환은 최소화합니다. 입관 전에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노래를 틀어드립니다. 문상 시간 동안은 전통적인 절차를 따르되, 발인 때는 가족만 함께 하는 시간을 따로 드립니다. 수첩에 있던 꽃잎과 같은 종류의 꽃을 구해서 관 안에 함께 넣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소연이 입술을 달싹이다 말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노래는 제가 알아요.”
기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창밖에는 아직 밤이 깊었다. 이 시각 전국 어딘가의 장례식장에서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서로 얼굴을 붉히고, 누군가는 재성처럼 그 사이에 앉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합시다.”
기태가 낮게 말했다.
새벽 두 시, 재성은 빈소를 다시 정리했다. 국화가 가지런히 놓였다. 어머님이 좋아하셨다는 노래는 소연이 직접 작은 스피커로 틀었다. 오래된 가요였다. 멜로디는 느리고 익숙한 종류의 것이었다. 재성은 그 노래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고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항상 그렇게 했다.
새벽 다섯 시가 넘어서야 기태와 소연은 나란히 빈소 밖 의자에 앉았다. 손녀 채린이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을 나눠 먹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재성은 복도 끝에서 그 풍경을 잠깐 바라봤다. 고인이 원했던 것은 거창한 의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이 간 뒤에도 남은 이들이 이렇게 나란히 앉아 있는 것, 그것이었는지도 몰랐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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