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대의 저물음
2000년대 한국 초고속 인터넷 붐을 주도한 포털 골든웹의 최영수 창업자가 AI 시대 앞에서 자신의 회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하며, 기술 진화의 무정함 속에서 한 세대의 영광을 애도한다.
최영수는 1999년 봄, 골든웹을 차린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서울 구로동 반지하 사무실. 바닥에 굴러다니던 빈 컵라면 용기. 그리고 처음으로 포털 메인 화면이 모니터에 뜨던 순간, 그는 “이거다”라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로부터 이십오 년. 최영수는 지금 회사 32층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창밖으로 한강이 흘렀다. 아래서는 저녁 퇴근 차들이 개미처럼 움직였다.
책상 위 태블릿이 분기 보고서를 열어 두고 있었다.
월간 순 방문자. 2002년 최고점 대비 9.2%.
2002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골든웹의 메인 화면에는 하루 수천만 명이 들렀다. 날씨를 확인하고, 뉴스를 읽고, 이메일을 보냈다. 최영수의 회사는 그 시절 한국 인터넷의 현관문이었다.
그 현관문이 지금 서서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닫혀가고 있었다.
올해 초 AI 어시스턴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포털 검색 쿼리가 전 분기 대비 23퍼센트 줄었다. 사람들은 이제 검색창에 키워드를 치지 않았다. 음성으로 물었고, 대화창에서 답을 받았다. 골든웹이 25년 동안 쌓아온 색인 데이터베이스, 광고 플랫폼, 콘텐츠 생태계 — 그 모든 것이 AI가 한 문장으로 답변하는 세상에서 천천히 무게를 잃었다.
이사회는 두 달 전 처음으로 “서비스 통합”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최영수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사들의 얼굴을 하나씩 바라보다가 창밖을 보았다. 그 회의실 창밖에도 한강이 있었다.
이번 달, 사내 공지문이 올라갔다. 메일과 카페 서비스 종료 일정. 검색은 내년 상반기.
최영수는 그 공지문 초안을 직접 썼다. 법무팀이 수정하고 홍보팀이 다듬었지만, 첫 문장은 그가 쓴 그대로 남았다.
“골든웹은 25년간 여러분과 함께했습니다.”
그 문장을 쓸 때, 그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놀라웠다. 이십오 년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서 손이 떨리지 않았다는 것이.
체념이 아니었다. 최영수는 체념이라는 감정을 잘 알았다. 이것은 달랐다. 더 조용한 무언가였다.
퇴근 후 그는 혼자 사무실에 남았다. 화면을 끄지 않고, 1999년부터 지금까지 골든웹 메인 화면의 변천사를 담은 내부 아카이브를 열었다.
처음 화면. 흰 배경. 카테고리 텍스트 링크들이 빼곡했다. 폰트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조잡했다. 그러나 그 조잡한 화면이 당시에는 누군가에게 첫 인터넷이었다.
화면을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그는 멈췄다. 2002년 월드컵 특집 페이지였다. 붉은색 메인. 대한민국 4강 진출 타이틀. 그날 골든웹 서버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두 번 죽었다. 최영수는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밤을 새웠다. 누군가 치킨을 시켰고, 새벽 세 시에 서버가 다시 살아나자 다들 바보처럼 박수를 쳤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방식은 그런 기술적 결함과는 관계가 없었다. 아무도 밤을 새우지 않았고, 서버는 죽지 않았다. 그냥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발소리도 없이.
최영수는 한동안 그 붉은 화면을 바라봤다.
창밖의 한강은 여전히 흘렀다.
그는 화면을 닫지 않고 자리를 떴다. 복도 불이 꺼졌고, 사무실은 모니터 하나의 빛으로만 남았다. 골든웹 2002년 특집 화면이 빈 사무실 안에서 혼자 빛났다.
내일 아침 누군가 출근해서 그 화면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닫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끝의 방식인지, 최영수는 아직 알지 못했다.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