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 Vol. III · No. 44
Shipping cargo transportation cargo ship port
Openverse (CC0)
액션
GLOBAL

부두 도선사의 결단

항만 도선사가 악천후 속에서 거대 외항선을 접안시키며 승객과 선박의 안전을 책임진다.

· 4분 읽기 · #스토리#액션

도선사 박도준이 파일럿 보트의 뱃머리에 서 있던 시간은 새벽 네 시였다.

남풍이 초속 14미터. 기상청은 오전 중으로 태풍 외곽 세력이 도달한다고 예보했고, 관제탑은 이미 두 차례 입항 보류 신호를 내보냈다. 그러나 한별해운 소속 울트라 컨테이너선 ‘한별 드래곤’은 닻을 올린 상태였다. 선사 측 요청으로 도선 작업이 재개된 것이었다.

박도준은 25년째 이 항만을 지켰다. 한때는 화물선에서 항해사로 일했고, 40대 초반에 도선사 면허를 취득했다. 그 뒤로는 매년 3,000건에 달하는 대형 선박의 입출항을 맡았다. 그에게 항구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었다. 조류의 미세한 변화, 계선부표 사이를 흐르는 바람의 결, 예인선 두 척이 주고받는 호각 소리까지—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언어를 이루었다.

‘한별 드래곤’은 전장 399미터, 폭 61미터짜리 24,000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었다. 적재된 컨테이너는 1만 8천 개, 총 중량 22만 톤. 완전 만재 상태에서 흘수는 15.2미터였다. 이런 선박이 좌초하면 항만 전체가 수일간 마비된다. 2021년 수에즈 운하에서 단 한 척의 컨테이너선이 6일간 운하를 막아 세계 해상 물동량 12%를 멈춰 세웠을 때, 경제 손실 추정액은 하루 90억 달러에 달했다. 박도준은 그 사진을 수백 번은 봤다.

사다리를 타고 선교로 올라서자 선장 야코프가 악수를 청했다. 노르웨이 출신의 대형 선사 선장답게 악수는 짧고 단단했다.

“바람이 심하네요.”

“압니다.”

박도준은 대화를 아꼈다. 헤드셋을 받아 쓰고 해도를 한 번 훑었다. 입항 수로 폭은 450미터, 선박 폭이 61미터이니 이론상 여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이론은 바람을 고려하지 않는다.

“예인선 두 척, 선수 쪽에 대기하도록.”

관제탑에 연락을 넣고 나서 그는 창 너머를 내다봤다. 항구 입구에 설치된 파고 측정 부표가 2.1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넘기면 안 되는 숫자였다.

조타실 뒤편에서 일등 항해사가 엔진 출력을 올렸다. ‘한별 드래곤’의 몸체가 천천히 물을 밀기 시작했다. 박도준은 서 있는 자리에서 발바닥으로 진동을 느꼈다. 22만 톤짜리 구조물이 움직이는 느낌은, 어떤 기계도 흉내 낼 수 없었다.

수로에 진입하는 데까지 13분이 걸렸다. 그사이 풍속은 18미터로 올랐다. 예인선 두 척이 선수 좌우에 단단히 붙어 있었다. 박도준은 헤드셋을 통해 각 예인선 선장에게 속도와 방향을 조율했다. 말은 짧았다. 이미 세 차례 이상 이 수로를 함께 통과한 팀이었다.

수로 중간쯤 됐을 때 문제가 생겼다.

북동쪽에서 돌풍이 들어왔다. 순간 풍속 24미터. 배의 측면이 마치 거대한 돛처럼 바람을 받았다. 22만 톤의 배가 느리지만 완강하게 왼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좌현 쪽 제방까지의 거리는 도선 계획상 190미터였지만, 바람이 계속 불면 3분 이내에 그 숫자는 100미터로 줄어든다.

박도준은 심호흡을 했다.

출력을 높이면 관성이 커진다. 제방에 부딪히지 않아도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면 접안 부두가 위험하다. 출력을 낮추면 배가 더 밀린다. 그 사이 어딘가에 답이 있었다.

“우현 예인선, 풀 파워.”

“좌현 예인선, 포지션 유지. 미터 단위로 보고.”

그는 야코프 선장 쪽을 돌아봤다. 선장의 눈이 물었다. ‘계속 가야 합니까?’

박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 예인선이 힘을 실었다. 선수가 조금씩 바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돌풍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두 번째 파동은 더 짧고 강했다. 계기판의 바람 속도가 27미터를 찍었다.

“속도 2노트로.”

관제탑에서 신호가 왔다. 파고 부표가 2.6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준을 이미 넘었다. 관제탑은 판단을 도선사에게 넘겼다.

박도준은 부두 방파제를 바라봤다. 거기까지는 아직 800미터. 8분이면 닿는다.

그 8분이 문제였다.

후진을 걸면 배는 멈추겠지만, 이 풍속과 조류에서 22만 톤짜리를 다시 외해로 내보내는 건 더 큰 위험이었다. 앞으로 가는 것만이 통제 가능한 선택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진이 가장 안전했다.

“우현 10도.”

“엔진 3노트.”

선교 안은 조용했다. 야코프 선장과 항해사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예인선과의 교신 외에는 파도 소리뿐이었다.

배는 조금씩 제 방향을 찾아갔다. 제방과의 거리는 170미터에서 멈췄다. 더 이상 좁아지지 않았다. 풍속이 22미터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랐다가를 반복했다. 박도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발바닥으로 배의 반응을 느끼면서, 눈으로는 전방 수로 끝의 접안 부두를 바라봤다.

부두가 가까워지자 예인선의 역할이 달라졌다. 이제는 속도를 죽이는 것이 과제였다. 400미터짜리 배를 몇 센티미터의 오차로 부두에 댄다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배가 크니까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큰 것은 관성도 크다. 잠깐 방심하면 부두 시설물이 통째로 부서진다.

마지막 100미터에서 박도준은 숨을 참았다.

배가 멈췄다. 계류줄이 던져졌다. 갑판원들이 볼라드에 줄을 걸었다.

선교 안에서 야코프 선장이 작게 말했다.

“잘 됐네요.”

박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헤드셋을 벗어 계기대 위에 놓고 창밖을 내다봤다. 부두 조명 아래로 22만 톤짜리 배의 선체가 길게 뻗어 있었다.

파고 부표는 여전히 2.4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람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배는 항구 안에 있었다.

그는 조용히 서류에 서명했다. 도선 완료. 시각, 06:14.

파일럿 보트로 내려가는 사다리 위에서 잠시 멈췄다. 항구는 여전히 출렁였다. 파도는 외해에서 쉬지 않고 들어오고 있었고, 다음 입항 선박이 외항에서 닻을 내리고 대기 중이었다.

박도준은 파일럿 보트에 올라 출발 신호를 보냈다. 파도가 뱃전을 두드렸다.

오늘의 일은 끝났다. 내일의 일은 내일의 것이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

픽션 고지 · 본 스토리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AI 시스템이 자동 생성한 창작 서사(픽션)입니다. 등장 인물의 발언, 내심, 행위는 실제 사실과 다른 가공된 묘사이며, 실존 인물과 기업에 대한 평가, 비방, 사실 단정이 아닙니다. 투자 권유나 기업 평가가 아닙니다. 정정·삭제 요청은 nicepark0606@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