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을 찾아낸 알고리즘
음악 배급 플랫폼의 AI 시스템이 발굴한 미지의 뮤지션과 음악 담당자가 함께 꿈꾸는 성공 스토리.
서지유는 모니터 두 대를 켜놓은 채 식은 커피를 마셨다. 소리길 큐레이션팀 사무실은 새벽 두 시가 넘으면 늘 이런 식이었다. 동료들은 퇴근한 지 오래고, 창밖 한강에는 야간 조명만 희미하게 떠 있었다.
오늘 그가 들여다보는 것은 AI 담당팀에서 넘겨받은 발굴 리포트였다. 소리길이 작년 말 도입한 신인 발굴 시스템 — 내부에서는 그냥 ‘귀’라고 불렀다 — 이 매주 한 번씩 스트리밍 데이터를 훑어 이상 징후를 가진 트랙을 골라낸다. 평균 재생 완료율, 저장 대비 공유 비율, 청취 시간대 분포, 반복 재생 간격. 히트곡이 가진 패턴과 유사할수록 점수가 올라간다.
이번 주 리포트에서 유독 눈에 걸리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박도하.
공개된 곡은 세 개. 월 청취자 수는 4,200명. 업로드 날짜는 가장 오래된 것이 8개월 전. 그런데 ‘귀’가 그에게 붙인 점수는 전체 신인 리포트에서 이번 주 1위였다.
지유는 헤드폰을 꺼냈다.
첫 번째 곡은 제목이 없었다. 파일명 그대로 track_01이었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목소리 하나. 반주도 편곡도 없이 그냥 목소리가 있었다. 가사는 서울 어딘가의 옥탑방을 배경으로 쓴 것 같았다. 구체적인 장소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왜인지 지유는 그 장면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두 번째 곡을 틀었을 때 커피가 완전히 식었다.
세 번째 곡을 다 들었을 때 시계는 새벽 세 시를 넘어 있었다.
지유는 리포트 하단에 달린 연락처 란에 이메일 주소 하나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AI 시스템은 공개 프로필 데이터를 긁어 연락 가능한 수단을 자동으로 붙여둔다. 그 주소는 무료 메일 서비스로 만든 것이었다. 도메인이 아니라 이름으로 판단하면 본인 명의가 거의 확실했다.
지유는 화면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새 메일을 열었다.
박도하는 카페에서 투잡을 뛰고 있었다.
낮에는 카페, 밤에는 작은 스튜디오 — 스튜디오라고 해봤자 고시원 방에 방음재를 붙인 것이었지만 — 를 오갔다. 음악을 올리기 시작한 건 친구에게 들려주려던 것이 계기였는데, 어느 날 보니 낯선 사람들이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그가 지유의 메일을 받은 것은 카페 퇴근 직후였다.
소리길 큐레이션팀. 그 이름을 보고 도하는 처음에 스팸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읽고서야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세 번째 읽을 때는 ‘귀’라는 시스템이 자신의 트랙을 발굴했다는 문장에 멈췄다.
AI가 먼저 찾아낸 것이라는 말이 어딘가 불편했다.
그는 사흘 뒤 답장을 보냈다.
첫 만남은 소리길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였다. 도하는 5분 늦게 도착했고, 지유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이미 시켜두고 있었다.
“저한테 연락하신 게 저예요, 아니면 시스템이 고른 거예요?”
도하가 앉자마자 물었다. 인사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지유는 잠깐 생각했다.
“둘 다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시스템이 고르긴 했는데, 저도 직접 들었어요. 새벽 세 시까지.”
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23년 기준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하루 동안 새로 올라오는 곡이 전 세계에서 10만 개를 넘어요.” 지유가 말을 이었다. “사람이 다 들을 수 없어요. 그래서 시스템이 먼저 걸러내는 거고요. 하지만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해요. 저한테는 그게 당신 곡이었어요.”
도하는 잠시 자기 앞에 놓인 커피를 내려다봤다.
“왜요?”
“들으면 뭔가 기억이 나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이미 기억하는 것 같은 느낌.”
도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날 카페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계약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도하는 곡을 어디서 썼는지 이야기했고, 지유는 음악을 틀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했다. 대화는 이상하게 자연스러웠다.
헤어지면서 지유는 말했다.
“다음에는 정식으로 만날게요. 계약서도 가져오고.”
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멈췄다.
“아까 새벽 세 시라고 했죠.”
“네.”
“그 시간에 왜 일하고 있어요?”
지유는 대답 대신 웃었다.
“원래 이 일이 그래요.”
도하는 그 말을 생각하면서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었다. 10월 밤바람이 차가웠다. 그는 이어폰을 꺼내 꽂다가 그냥 주머니에 넣었다.
지유가 자신의 음악을 들으며 새벽 세 시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계약보다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그 뒤로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도하의 음악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아직 이야기가 쓰이지 않았다.
소리길의 시스템은 오늘 밤도 데이터를 훑고 있다. 어딘가의 옥탑방에서는 누군가가 제목 없는 파일을 업로드하고 있다. 그리고 지유는 아마 지금도 식은 커피를 마시며 모니터를 보고 있을 것이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