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클라우드가 만나는 날
경쟁 클라우드 플랫폼 넷브릿의 손혜진 CEO와 클라우드스타의 김태성 CTO가 산업 구조조정 속에서 회사 통합을 추진하며, 비즈니스 이해와 개인의 신뢰 사이에서 흔들린다.
서울 서초구 어느 빌딩 34층, 유리 회의실 안에 밤이 고였다.
손혜진은 노트북 화면을 닫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강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빛들은 물 위에서 흔들렸지만 끊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 자신의 상태와 닮아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흔들리지만 끊어지지는 않은, 넷브릿의 CEO. 티커로는 NBIT.
김태성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클라우드스타의 CTO인 그는 서류 가방을 들지 않았다. 손에는 캔 커피 두 개가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아니요.” 손혜진은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 “저도 방금 왔어요.”
둘 다 거짓말이었다. 그것을 둘 다 알았다.
캔 커피 하나가 노트북 옆에 놓였다. 차갑고 가벼운 소리였다. 손혜진은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었다.
산업 재편은 예고 없이 시작되지 않는다. 징조는 이미 1년 전부터 있었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세 곳이 한국 IaaS 시장에서 합산 62퍼센트의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보고서가 나왔을 때,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한 줄 해석을 내놓았다. “규모가 없으면 없어진다.”
넷브릿은 공공 부문에 강했다. 클라우드스타는 금융 특화 보안 아키텍처로 버텼다. 서로 겹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겹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각자가 혼자였다. 합병 논의가 시작된 것은 그래서였다. 논리적인 이유였다.
논리적인 이유가 항상 논리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2분기 서버 가동률 수치를 주셨는데요.” 김태성이 태블릿을 펼쳤다. “넷브릿 측 데이터는 자체 기준이에요. 클라우드스타 쪽과 통합할 때 산정 방식이 달라서 실사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손혜진이 답했다.
“그런데 수정하지 않았어요.”
“아직 합의된 기준이 없으니까요.”
짧은 침묵이 테이블을 채웠다. 김태성은 캔 커피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손혜진은 그의 손가락이 잠시 멈추는 것을 보았다.
“이 협상이 성사될 거라고 믿으세요?” 그가 물었다.
직접적인 질문이었다. 손혜진은 이런 질문을 싫어하지 않았다. 돌아다니지 않으니까.
“50대 50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요?”
“저도요.” 그는 웃지 않았다. “근데 저는 다른 이유 때문에 불안합니다.”
두 회사가 같은 인프라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은 서로의 배후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넷브릿의 공공 데이터센터 계약에는 손혜진이 5년 동안 쌓은 관계망이 있었다. 클라우드스타의 금융 보안 플랫폼에는 김태성이 개발팀과 함께 밤을 새운 코드베이스가 있었다. 합병이 된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이 공개된다는 의미였다.
신뢰의 문제였다.
손혜진은 그것을 알았고, 그래서 서류보다 늦게 열었다.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어떻게 다루는 사람인지를 먼저 보려 했다.
김태성도 알았다. 그래서 커피 두 개를 들고 왔다. 협상 테이블에 음료를 들고 오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난달에 클라우드스타 주가가 많이 빠졌어요.” 손혜진이 말했다. 화제를 돌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니었다.
“알고 있어요.”
“걱정 안 해요?”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거랑 제가 걱정하는 건 달라요.” 김태성이 창 쪽을 보았다. “저는 기술 부채 때문에 잠을 못 자요. 주가는 내일 오를 수도 있고 모레 내릴 수도 있고. 근데 코드는 제가 손을 놓으면 아무도 안 건드려요.”
손혜진은 그 문장을 다시 들었다.
“코드가 중요한 사람이 CTO로 남아줄 수 있냐는 게 제 질문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합병 후에도요.”
김태성이 그녀를 보았다. 처음으로 제대로 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날 밤 그들은 계약서 초안을 펼치지 않았다.
대신 김태성이 클라우드스타의 멀티테넌트 아키텍처를 설명했다. 손혜진이 공공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에서 겪은 행정 장벽을 이야기했다. 서로의 회사가 왜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지를 말하다 보니 어느새 열 시가 되었다.
“밥은 먹었어요?” 손혜진이 물었다.
“점심부터요.”
“저도요.”
그것도 솔직한 대화였다. 협상 자리에서 배고프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약점처럼 보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그런 계산이 작동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건물 지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샀다. 회의실로 돌아와서 계약서 초안 옆에 뚜껑을 열어 놓았다. 서류들이 라면 냄새를 맡았다.
“합병이 안 되면요?” 김태성이 물었다.
“그래도 이 대화는 도움이 됐을 거예요.” 손혜진이 포크로 면을 건드렸다. “당신 회사가 뭘 잘하는지 이제 알았으니까.”
“저도요.”
창밖의 한강은 여전히 흔들렸다. 빛들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세 번의 회의가 더 있었다. 법무팀이 들어왔고, 회계법인이 들어왔고, 각자의 이사회가 끼어들었다. 숫자들이 다시 주인이 되었다.
손혜진과 김태성은 공식 회의 자리에서는 서류를 보았다. 그러나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마주칠 때는 잠깐 멈추었다. 특별한 말은 없었다. 그냥 멈추었다.
법무 검토가 끝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 단계에서는 또 다른 문제들이 기다릴 것이다. 산업 재편은 한 번의 계약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 사이의 신뢰도 마찬가지였다.
넷브릿과 클라우드스타가 하나가 될지, 각자의 이름을 유지한 채 협력 구조를 선택할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시장도 몰랐고, 이사회도 몰랐고, 두 사람도 몰랐다.
다만 손혜진은 그날 밤 이후로 회의실 유리창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한강의 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끊어지지 않는다는 게 때로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인지, 다른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인지는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다.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