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 Vol. III · No. 44
Wind turbine energy
Moo Corp Library
액션
GLOBAL

항구의 기사들

가공의 항만에서 공급망 마비가 겹친 24시간 동안, 자동화 전환을 앞둔 노동자들이 마지막 교대를 지키는 이야기.

· 4분 읽기 · #스토리#액션

새벽 두 시, 백하항 4번 선석의 바람은 짠맛보다 쇳내가 먼저 났다.

나는 32년째 이 바람을 맡았다. 컨테이너 크레인 운전실은 수면에서 40미터 위에 있고, 거기 앉으면 항구 전체가 한 장의 회로도처럼 보인다. 야드의 노란 불빛, 줄 맞춰 기어가는 야드 트랙터, 방파제 너머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선박의 항해등. 32년 동안 나는 그 회로에서 전류가 어디로 흐르는지 손끝으로 알았다.

오늘이 마지막 교대다.

한성항만운영은 지난봄에 4번에서 7번까지 네 개 선석의 완전 자동화를 확정했다. 원격 조종실은 이미 행정동 3층에 들어섰다. 내일 아침 여섯 시부터 4번 선석의 크레인 세 대는 사람 없이 움직인다. 운전실 의자는 뜯겨 나가고, 그 자리에 카메라 여덟 대가 붙는다.

“반장님, 커피요.”

오지현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스물아홉, 입사 3년 차. 내 아들보다 두 살 어리다. 이 친구는 자동화 팀으로 재배치가 확정됐다. 나는 안 됐다. 회사가 잘못한 건 없다. 나는 예순하나고, 정년까지 넉 달 남았고, 넉 달짜리 사람을 새 시스템에 태우는 건 돈 낭비다. 계산은 정확하다. 정확한 계산에 감정이 낄 자리가 없다는 걸 나도 안다.


문제는 새벽 세 시 십칠 분에 시작됐다.

그 주에 백하항은 이미 몸살을 앓고 있었다. 홍해 항로가 막힌 뒤로 아시아발 유럽행 선박들이 아프리카 남단을 돌았고, 왕복 항해가 열흘 넘게 늘었다. 열흘이 밀리면 도착은 흩어지는 게 아니라 뭉친다. 2주 동안 텅 비었던 부두에 사흘치 물량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게 어제였다. 야드 장치율은 94퍼센트, 평시의 두 배였다.

그 위에 게이트가 죽었다.

터미널 운영 시스템—우리는 그냥 ‘탑’이라고 부른다—이 응답을 멈췄다. 외부 침입인지 단순 장애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확실한 건 하나였다. 어떤 컨테이너가 야드 어느 블록 몇 단에 있는지를 아는 두뇌가, 통째로 눈을 감았다는 것.

자동 크레인은 좌표가 없으면 한 뼘도 못 움직인다. 7번 선석의 신형 세 대가 팔을 뻗은 자세 그대로 멈춰 섰다. 40미터짜리 강철이 허공에서 얼어붙은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무서웠다.

무전기가 터졌다. 자동화 팀장 차선우의 목소리였다. 서른일곱, 기계공학 박사, 이 항구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

“4번 선석, 수동 하역 가능합니까.”

나는 마이크를 눌렀다. “가능하다.”

“좌표 데이터 없이요?”

“32년 했다.”


그날 밤 우리가 한 일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탑이 죽었으니 종이로 돌아갔다. 검수원 하나가 야드를 걸어 다니며 컨테이너 번호를 손으로 적었다. 무전으로 부르면 사무실에서 받아 적고, 그걸 다시 나한테 불러줬다. 1970년대식이다. 그런데 됐다.

새벽 네 시 사십 분, 나는 눈으로 선박의 흘수를 읽었다. 배가 물에 잠긴 깊이를 보면 어느 쪽이 무거운지 안다. 무거운 쪽부터 풀면 배가 기운다. 컴퓨터는 적재 계획표로 그걸 계산하고, 나는 배가 물을 밀어내는 모양으로 그걸 본다. 둘 다 맞는 답이 나온다. 다만 나는 정전에도 작동한다.

오지현이 옆자리에 붙어 앉았다. 자동화 팀 소속인데 원격 조종실이 무용지물이 되자 여기로 올라온 것이다.

“반장님, 지금 몇 개째예요?”

“백일흔둘.”

“평소 시간당 몇 개 하셨죠?”

“스물여덟.”

“지금 서른하나예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이 떨리기 시작한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예순한 살의 손이다. 두 시간 넘게 조이스틱을 쥐면 팔뚝 안쪽이 저리고, 저리기 시작하면 정지 오차가 5센티미터씩 커진다. 5센티미터는 아직 괜찮다. 20센티미터가 되면 사람이 죽는다.


오전 열 시 반. 남은 건 마지막 한 줄, 스물아홉 개였다.

그리고 스물둘째 박스에서 바람이 바뀌었다.

순간풍속 18미터. 규정상 15미터를 넘으면 하역 중단이다. 40피트 컨테이너는 빈 것도 4톤이고, 그게 공중에서 흔들리기 시작하면 추가 아니라 돛이 된다. 아래에는 트랙터 기사가 있다.

나는 컨테이너를 공중에 세운 채로 멈췄다.

무전기에서 차선우가 말했다. “중단하시죠. 규정입니다.”

맞는 말이다. 나는 3년 전 기사를 기억한다. 대서양 건너편 항구들에서 노동자 수만 명이 자동화 게이트 도입을 두고 하역을 멈췄던 일. 사흘 만에 끝났고, 자동화는 유예됐고, 결국 몇 년 미뤄졌을 뿐이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멈추는 걸로는 아무것도 못 바꾼다고.

그런데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건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냥, 내 마지막 박스를 내려놓고 싶었다.

“반장님.” 오지현이었다. “제가 아래 볼게요.”

“뭘 봐.”

“바람요. 야드 쪽 깃발이 여기서 안 보이잖아요. 제가 창가에서 보고 말씀드릴게요. 3초 단위로.”

그 애는 그렇게 했다. 열한 번을 세었다. “지금—지금—아니요—지금.”

나는 네 번째 ‘지금’에서 내렸다. 4톤이 야드 트랙터 위에 소리 없이 앉았다. 오차 3센티미터.

바람이 다시 잦아들 때까지 우리는 그 자세로 앉아 있었다. 아무도 말을 안 했다.


정오 십이 분 전, 마지막 컨테이너가 내려갔다.

스물네 시간 동안 백하항 4번 선석은 1,180개를 처리했다. 자동화 선석의 평시 기록보다 많았다. 그건 자랑할 일이 아니다. 자동화는 24시간 내내 같은 속도로 가고, 사람은 한 번 그렇게 하면 며칠을 앓는다. 기록이 아니라 무리였다.

운전실에서 내려올 때 사다리 손잡이가 뜨거웠다. 해가 높았다.

차선우가 부두에 서 있었다. 손에 종이 뭉치를 들고 있었다. 밤새 검수원들이 손으로 적은 컨테이너 번호들이었다.

“이거요.” 그가 말했다. “스캔해서 학습 데이터로 씁니다. 선생님이 어떤 순서로 푸셨는지가 전부 여기 있어요. 저희 알고리즘은 이 순서를 못 냅니다. 흘수를 못 보거든요.”

나는 종이를 봤다. 내 32년이 A4 마흔 장이었다.

“그게 다인가.”

“아뇨.” 그가 잠깐 망설였다. “비상 운영 매뉴얼을 새로 써야 합니다. 탑이 죽었을 때 사람이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넉 달 남으셨죠.”


다음 날 아침, 나는 방파제 끝에서 담배를 피웠다.

4번 선석의 크레인 세 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 없이, 소리 없이, 정확하게. 트롤리가 미끄러지고 스프레더가 내려가고 박스가 떴다. 40미터 위 운전실 창은 비어 있었다. 그 안이 어떤 냄새인지 아는 사람이 이 항구에 아직 몇 명 남아 있다.

기계는 멈춘 적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제 7번 선석에서 얼어붙었던 세 대도, 오늘은 어제가 없었던 것처럼 움직인다. 기억은 종이 마흔 장에 남았고, 그 종이는 스캐너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담배를 끄고 행정동으로 걸어갔다. 3층 원격 조종실에는 내 자리가 없다. 회의실에는 있다. 넉 달치 자리다.

그게 승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32년 동안 나는 항구가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믿었고, 어제 하루 동안은 그게 사실이었다. 하루면 충분한 사람도 있고, 그 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도 있다.

방파제 뒤로 다음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흘수가 깊었다. 오른쪽이 무거웠다.

본 스토리는 가상의 인물과 기업을 배경으로 한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기업과는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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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고지 · 본 스토리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AI 시스템이 자동 생성한 창작 서사(픽션)입니다. 등장 인물의 발언, 내심, 행위는 실제 사실과 다른 가공된 묘사이며, 실존 인물과 기업에 대한 평가, 비방, 사실 단정이 아닙니다. 투자 권유나 기업 평가가 아닙니다. 정정·삭제 요청은 nicepark0606@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