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의 뒷면
전력 정산 체계 변화로 적자에 빠진 지역 전력사 관리자의 선택과 책임의 무게를 탐구한다.
나는 동림전력이다.
수도권 외곽 세 개 시에 전기를 공급한 지 스물두 해가 됐다. 누군가의 새벽 불빛이 되고, 병원 수술실의 심장이 됐다. 정전이 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갔다. 그게 나였고, 그게 내 존재 이유였다.
그 자부심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작년 겨울이었다.
전력도매시장 정산 체계가 바뀌었다. 연료비 연동제 전면 재편이라는 명목이었다. 나 같은 배전 사업자가 상위 망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단가가 킬로와트시당 98원에서 142원으로 뛰었다. 3개월 만에 45퍼센트. 나는 처음 그 수치를 봤을 때 잠시 멈췄다. 숫자가 착각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내가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가격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규제 요금 체계에는 상한이 있었고, 그 상한을 올리려면 정부가 허락해야 했다. 정부는 내년 선거 전에는 전기료를 올릴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 격차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3월, 처음으로 분기 결산이 적자로 끝났다.
재무팀장 박성현이 보고서를 들고 대표이사 윤재호의 방에 들어갔을 때, 윤재호는 서류를 뒤집어놓았다. 숫자가 보이지 않게.
“이 수치, 어디까지 나갔어?”
“내부 초안입니다. 감사 전입니다.”
“그럼 묻어둬.”
나는 그 장면을 지켜봤다. 박성현의 얼굴에서 안도도 동의도 아닌 것이 지나갔다. 그냥 피로였다.
묻어두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일회성 설비 비용으로 재분류하거나, 미수채권으로 남기거나. 숫자는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청구서가 어디 가는 걸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4월. 5월. 구멍이 커졌다.
6월 중순, 박성현은 새벽 여섯 시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스프레드시트를 열었다. 커피도 없이. 나는 그의 눈이 한 줄씩 내려가는 것을 봤다. 그가 계산하는 게 이익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걸 나도 알았다.
어디서 버틸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숨길 수 있는지.
7월 초, 외부 감사법인이 연례 실사를 예고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윤재호는 오후에 박성현을 불렀다.
“감사 대응 자료, 내가 먼저 보고 싶은 게 있어.”
“어떤 부분을요.”
“2분기 배전원가 항목. 연료비 환입으로 처리한 거.”
박성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건 환입이 맞는 처리가 아닙니다. 실질은 손실인데—”
“내가 실질을 묻는 게 아니야. 처리 방식을 묻는 거야.”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박성현이 무언가를 결정하려 한다는 것도.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처리 방식은 제가 서명했습니다. 책임도 제 쪽에 있고요.”
윤재호는 잠깐 그를 봤다. 그리고 방을 나갔다.
나는 그날 밤 내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나는 전기 고지서다. 나는 변압기이고, 지하 케이블이고,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이다. 나는 정전 없는 하루를 약속한 계약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또한 박성현이 서명한 서류이고, 윤재호가 뒤집어놓은 보고서이고, 구멍이 나기 시작한 장부이기도 하다.
어떤 기업도 자신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미리 알지 못한다. 나도 그랬다.
8월, 감사가 시작됐다.
선임 파트너가 배전원가 항목을 짚었다. 박성현은 침착하게 설명했다. 숫자와 근거를 댔다. 파트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무언가를 메모했다. 그 메모가 어디로 갈지 나는 알지 못했다.
3일째 되던 저녁, 박성현은 퇴근 후 혼자 사무실에 남았다. 파일 하나를 열었다. 2분기 실적 수정안. 연료비 환입 취소. 손실 재계상. 그가 몇 달 전 혼자 작성해뒀던 초안이었다.
그는 거기에 자신의 서명을 달았다.
그리고 감사법인 파트너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전송 완료가 화면에 뜨는 순간, 그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아주 짧게.
다음날 아침, 윤재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박성현에게 전화했고, 열다섯 초 만에 끊었다. 나는 그 열다섯 초가 무슨 말로 채워졌는지 끝내 듣지 못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다시 보지 못했다.
9월, 나의 상반기 실적이 공시됐다.
배전원가 상승으로 인한 적자 전환. 도매 정산 단가 인상 영향 명기. 2분기 수정 재무제표 첨부.
주가는 이틀 만에 17퍼센트 하락했다. 예상된 일이었다. 나도 알았고, 박성현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시는 나갔다.
나는 지금도 전기를 보낸다.
오늘도 세 개 시에 불이 켜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의 방에. 병원 복도에. 신호등에. 나는 그것이 멈추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계속한다.
적자는 해소되지 않았다. 정산 체계가 다시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요금 인상 허가도 감감무소식이다. 박성현이 제출한 수정 재무제표가 그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아직 모른다.
나는 그저 내가 단단하다고 믿었던 것이, 단단한 게 아니라 아직 부서지지 않은 것이었다는 사실만을 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