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전쟁
태양광 패널 설치와 하자 책임을 둘러싼 설치팀과 제조사의 치열한 경계.
지붕은 8월의 열기를 아스팔트 위로 다시 뱉어냈다. 오성진은 땀에 젖은 장갑 위에 인버터 로그를 찍은 종이를 쥐고 지붕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설치팀이 이 건물 옥상에 패널 340장을 얹은 것이 열두 달 전이었다. 지금 그 패널들은 설계 출력의 73퍼센트만 내고 있었다.
해람에너텍 품질보증팀 대리 김수혁이 흰색 폴로셔츠에 클립보드를 들고 계단을 올라온 것은 오전 열한 시였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에 올라서자마자 그는 패널 배열을 한 번 훑어보고는 혀를 찼다. 소리 없는 혀 차기였지만 오성진의 눈에는 들어왔다.
“접지 저항부터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김수혁의 첫 마디였다.
오성진은 대답 대신 적외선 카메라 결과지를 건넸다. 23장의 패널에서 마이크로크랙이 확인됐다. 현미경 수준의 균열이 셀 표면을 가로질렀고, 일부는 두세 겹으로 교차했다. 전문 용어로 핑거크랙과 버스바크랙이 혼재한 패턴이었다.
“이건 설치 중 충격입니다.” 김수혁은 결과지를 훑자마자 말했다. “마이크로크랙은 잘못된 밟기나 자재 낙하로도 생겨요.”
“우리 팀은 보행판 깔고 작업했어요.” 오성진의 목소리는 낮았다. “설치 전 EL 이미징 했고, 그 파일이 있습니다.”
EL 이미징, 즉 전기발광 촬영은 패널의 초기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였다. 설치 전 촬영본에 균열이 없다면 균열은 출하 이후 어느 시점에 생긴 것이었다. 김수혁은 클립보드 위 체크리스트에 눈을 내리깔았다. 그의 펜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두 사람은 패널 배열을 따라 걸었다. 열기가 발바닥을 통해 올라왔고 멀리 냉각탑이 수증기를 뿜었다. 지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였다. 도시의 소음은 아래에서 올라왔고 위에서는 바람만 있었다.
해람에너텍은 국내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 중간 규모의 제조사였다. 이 건물 시공에 쓰인 모델은 단결정 400와트급으로, 출시된 지 삼 년이 된 제품이었다. 2023년 이후 글로벌 태양광 신규 설치 용량이 연간 400기가와트를 처음 넘어서면서 패널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고, 일부 제조사들은 품질 검사 주기를 늘렸다는 보고가 업계 잡지에 실렸다. 해람에너텍이 그 범주에 들어가는지는 오성진이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EL 파일이 있는 한, 그것을 따지는 일은 법무팀이 할 몫이었다.
“이 패턴은요.” 오성진이 23번 패널 앞에 멈춰 섰다. “버스바를 따라 달리는 선형 크랙이에요. 이건 출하 전 적층 압력에서 나오는 형태입니다. 충격 크랙은 셀 중앙에서 방사형으로 나와요.”
김수혁은 패널 표면에 손을 얹었다. 검지로 프레임 모서리를 눌러보는 시늉을 했다. “충격의 방향과 하중 분산에 따라 선형 패턴도 나올 수 있어요.”
“그럼 당신이 직접 재현해 봐요.” 오성진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높아졌다. “같은 배치로 패널 하나에 충격 줘서 이 패턴 나오면 내가 틀린 거예요.”
바람이 지붕을 가로질렀다. 옥상 경계 너머로 도시가 흐릿했다. 김수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성진도 더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마이크로크랙의 원인보다 더 두꺼운 무언가가 쌓여 있었다. 계약서, 보증서, 그리고 각자의 상사에게 보내야 할 보고서.
해람에너텍의 입장에서 23장은 전체 설치 물량의 6.7퍼센트였다. 무상 교체 기준인 5퍼센트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수치였다. 오성진의 설치팀 입장에서 23장의 재시공 비용은 인건비만으로도 작지 않았다. 두 회사가 서로를 향해 손가락을 겨누고 있는 동안 건물주는 손실된 발전량에 대한 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EL 파일 보내줘요.” 김수혁이 마침내 말했다. “본사 기술팀에 넘겨서 패턴 분석 하겠습니다.”
“이미 변호사한테도 사본 갔어요.” 오성진은 그것만 말하고 패널 배열을 따라 다시 걸어갔다.
두 사람은 같은 지붕 위를 같은 방향으로 걸었지만 서로 다른 길 위에 있었다. 패널들은 이 대화와 무관하게 햇빛을 받아 전류를 만들었다. 균열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태양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았다.
오성진은 가장자리에 다시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거리의 그늘 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클립보드에 끼워온 메모지에 숫자를 적었다. 23장. 6.7퍼센트. 73퍼센트 출력.
숫자는 명확했다. 책임의 경계는 그렇지 않았다.
지붕 위의 전쟁은 판결문이 나올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어쩌면 판결문이 나온 뒤에도, 양쪽은 각자의 숫자를 들고 다른 지붕 위에서 다시 마주칠 터였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