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 Vol. III · No. 44
Semiconductor circuit circuit board
Openverse (CC0)
멜로
GLOBAL

녹슨 벨트의 구원: 협동조합의 공장 인수

폐가 직전의 공장을 직원들이 협동조합 구조로 되사며 시작한 부활의 18개월

· 3분 읽기 · #멜로

도수는 공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도 시동을 끄지 못했다. 라디오에서는 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이달 또 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2024년 3월, 중원정밀 정문 앞 공지판에는 단 한 장의 종이가 붙어 있었다. “전략적 검토 결과 본 사업장은 분기 내 운영을 종료합니다.” 그린록캐피탈이 인수한 지 삼 년 만이었다.

중원정밀은 오하이오 주 철마읍에서 오십 년 가까이 정밀 베어링을 만들었다. 직원 이백사십 명, 납품처는 자동차·항공·농기계를 아울렀다. 그린록이 인수한 뒤 설비 유지보수 예산이 반으로 줄었고, 연구개발비가 사라졌으며, 고참 기술직이 빠져나갔다. 공장은 그 사이에도 돌아갔지만 속은 비어갔다.

소식을 처음 꺼낸 것은 생산반장 도수가 아니었다. 공무팀 막내 선영이 점심 자리에서 말했다. “우리가 사면 안 돼요?” 식당에 웃음이 번졌다가 가라앉았다. 사흘 뒤 선영은 종이 한 장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우리사주조합 설립에 관한 연방 법령 요약이었다. 직원이 회사를 사는 방법, ESOP이라 불리는 구조에 대한 것이었다.

도수는 그날 밤 커피를 두 잔이나 마시며 읽었다. 구조는 이렇다. 신탁이 설립돼 회사 지분을 매입하고, 회사는 신탁에 해마다 분담금을 납입하며, 직원은 퇴직 시점에 자기 계정에 쌓인 주식 가치를 현금으로 받는다. 회사가 번 돈으로 대출을 갚아나가는 방식이었다. 직원은 당장 월급을 내놓지 않아도 됐다. 그 대신 회사가 살아남아야 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그린록이 원하는 매각 가격은 사천이백만 달러였다. 직원들이 가진 것은 없었다. 아니, 있기는 했다. 이십삼 년치 현장 기술, 납품처 신뢰, 그리고 이 공장이 문을 닫으면 철마읍에서 사라질 것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도수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철마신협이었다. 지점장 봉남은 커피를 건네며 두 시간을 들었다. 신협은 연방중소기업청 보증을 끼워 일천오백만 달러를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나머지는 그린록에게 후순위 채권을 떠안기는 방식,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으로 메워야 했다. 그린록이 동의할 이유가 있었다. 공장이 그냥 닫히면 그들도 회수할 것이 없었다.

내부 정치는 돈 문제보다 더 오래 걸렸다. 투표권을 누가 갖느냐는 질문 앞에 식당 분위기는 자주 냉랭해졌다. 오십 년 이상 근속자가 더 많은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는 고참들과, 직급이 아니라 지분 비율로 가야 한다는 젊은 직원들이 맞섰다. 도수는 노동부에 자문을 구했다. ESOP 신탁은 법적으로 수탁자가 주요 사안을 직원에게 일임 투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일인일표로 가되, 신탁 자산의 배분은 근속 연수와 연봉을 함께 반영하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넘어갈 수 있는 선이었다.

열두 번째 협상 끝에 그린록은 매각 대금 중 구백만 달러를 오 년 분할 후순위 채권으로 받겠다고 했다. 나머지 삼천삼백만 달러를 신협 대출과 지역 경제개발기금으로 맞추었다. 서명 날짜는 2024년 9월이었다. 도수는 서류에 서명하면서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쯤만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반은 현장으로 돌아가 알게 될 것이었다.

첫 번째 겨울이 혹독했다. 설비가 낡았고, 납품처 두 곳이 공장 매각 소식을 듣고 발주를 보류했다. 도수는 직원 전체 앞에 서서 현금 흐름 표를 읽어내렸다. 이달 말 임금을 맞추려면 외상 매출금 회수를 사흘 안에 끝내야 했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럼 우리가 직접 전화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다음 날부터 영업팀이 아닌 생산직 직원들이 납품처에 전화를 돌렸다. 이상하게도 그게 먹혔다.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들은 담당자들이 결제를 앞당겼다.

ESOP 구조가 가져온 변화 중 도수가 가장 놀란 것은 숫자에 대한 태도였다. 예전에는 아무도 재고 회전율이나 불량률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이제 달랐다. 그 숫자가 자기 계정 잔고와 연결돼 있었다. 2025년 상반기에 불량률이 전년 대비 28퍼센트 떨어졌다. 작업 지시를 바꾼 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바뀐 것이었다.

열여덟 번째 달이 끝나가던 2026년 초, 중원정밀은 처음으로 순이익을 냈다. 백이십만 달러였다. 그린록 시절 최고 이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돈은 어딘가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대출 원금 상환에 쓰였고, 일부는 설비 교체에, 일부는 신탁 계정에 쌓였다.

도수는 결산 보고서를 철마신협 봉남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이거 보세요. 우리 마을 승수 효과도 계산해봤어요.” 직원 이백사십 명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금액, 세금, 하청 업체 유지분까지 포함하면 공장 매출 일 달러가 철마읍 경제에서 약 일 점 사 달러로 돌아다닌다는 계산이었다. 공장이 닫혔다면 빠져나갔을 돈이었다.

봉남은 보고서를 한 번 훑고 말했다. “옆 읍 공장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얘기를 좀 해줄 수 있어요?”

도수는 잠시 생각했다. 자신도 열여덟 달 전까지는 ESOP이 뭔지 몰랐다. 선영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장 마당에 봄이 오고 있었다. 창고 지붕 위로 찌르레기 한 무리가 앉았다가 날아올랐다. 무언가가 끝난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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