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강화하기: 근소싱의 도박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거리는 킬로미터가 아닌 달러로 재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리(距離)는 오랫동안 자기 이름이 억울했다. 사람들은 늘 그를 킬로미터로 쟀고, 그 킬로미터는 곧 운송비라는 친구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한결전자의 구매 회의실에서 그 일이 시작됐다. 바다 건너 먼 공장에서 부품을 들여오던 한결전자는 몇 해째 배가 늦거나 항구가 막히는 일을 겪었다. 그때마다 운송비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저 사람들, 또 나를 올리려는군.”
“가까운 데로 옮기자.” 구매팀장이 말했다. “국경 바로 아래 마을이면 트럭으로 사흘이야. 거리가 짧으면 비용도 짧아.”
거리는 그 말이 고마워서 괜히 어깨를 폈다. 처음으로 누가 그를 줄여 주겠다고 했으니까. 운송비도 한 발 물러서며 인정했다. “그건 맞아. 내가 확실히 줄긴 하겠네.”
그런데 회의실 구석에서 누군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신뢰였다. 이 친구는 장부에 이름이 없어서 아무도 부르지 않는 편이었다.
“저도 이사 가야 해요. 그런데 짐이 좀 많아요.”
새 마을의 공장은 가까웠지만 낯설었다. 말은 반쯤 통했고 반쯤은 통하지 않았다. 검수 기준을 설명하는 데 석 달이 걸렸고, 납기라는 말이 이쪽에서는 ‘희망 일정’쯤으로 읽힌다는 사실은 첫 불량품이 도착한 뒤에야 알게 됐다. 인건비는 예상보다 높았다. 숙련공은 아직 마을에 없었고, 한결전자가 데려온 기술자들은 매주 비행기를 탔다. 거리는 짧아졌는데 출장비라는 새 손님이 슬그머니 장부에 앉아 있었다.
운송비가 거리에게 소곤거렸다. “너, 줄었는데 왜 계산서는 안 줄지?”
“나도 몰라.” 거리가 머쓱하게 답했다. “나는 지도에서만 줄었나 봐.”
그해 겨울, 한결전자의 구매팀장은 처음으로 새 마을 공장을 찾아가 점심을 먹었다. 공장장은 서툰 말로 가족 이야기를 했고, 팀장은 더 서툰 말로 아이 이야기를 했다. 통역 앱은 두 번 틀렸고 두 사람은 두 번 웃었다. 그날 오후, 오래 걸리던 검수 기준 협의가 한 시간 만에 끝났다.
거리는 그걸 보며 알았다. 자기는 킬로미터로도 달러로도 잴 수 있지만, 가장 정확한 눈금은 따로 있다는 것을. 서로 몇 번이나 밥을 먹었는지, 연락이 오면 몇 번째 벨에 받는지 같은 눈금이었다.
봄이 되자 장부에서 출장비가 조금씩 줄었다. 운송비는 여전히 투덜댔지만 이제는 신뢰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거리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가까운 곳은 지도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려서 만들어지는 곳이라고, 그는 장부 귀퉁이에 작게 적어 두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