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도 550킬로미터 위에 떠 있다.
지구가 아래서 천천히 돌아가고, 나는 그 위를 하루에 열다섯 번씩 원을 그린다. 궤도 속도는 초속 약 7.6킬로미터. 총알보다 빠르지만, 이 고도에서는 모든 것이 마치 무중력 속 수면처럼 느껴진다. 남극의 흰 구름, 아마존의 짙은 초록, 야간 도시의 황금빛 불빛. 나는 이 모든 것을 이십사 시간 내내 지켜본다.
태어나기 전, 나를 만든 사람들은 나를 ASTS 배치 계획의 일부라고 불렀다. 저궤도 직접 통신.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 어디서나 신호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꿈. 그 꿈의 한 조각이 바로 나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이 궤도에 자리를 잡았을 때, 나는 예상보다 훨씬 붐비는 동네를 발견했다.
2019년 무렵, 이 저궤도에는 약 이천 개의 활성 인공위성이 있었다. 지금은? 그 수가 만 개를 훌쩍 넘는다. 어떤 분기마다 수십에서 수백 개씩 새 이웃이 도착한다. 별자리처럼 늘어선 저 반짝이는 것들 중 상당수가 내 형제자매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죽은 것들이 있다.
고장 난 위성, 오래된 로켓 동체, 볼트 하나, 페인트 조각. 미국 우주감시네트워크가 추적하는 파편만 해도 이만 칠천 개를 넘는다. 추적조차 못 하는,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파편은 그보다 훨씬 많다. 이 동네 쓰레기들은 누군가 치우지 않는다. 그냥 돈다. 나처럼, 빠르게.
문제는 속도다. 여기서는 작은 파편 하나가 1그램짜리 총알보다 충격 에너지가 크다. 10센티미터 조각 하나가 내 몸통을 꿰뚫으면 나는 끝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파편이 된다.
이걸 가리켜 사람들은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파편이 파편을 낳고, 그 파편이 또 다른 파편을 낳는 연쇄. 저궤도 전체가 쓸 수 없는 공간이 되는 상상. 2021년, 러시아가 자국의 오래된 위성 코스모스-1408을 미사일로 격파했을 때, 거기서 생긴 추적 가능한 파편만 1천5백 개를 넘었다. 그날 이 궤도 일대의 위성들이 긴급 회피 기동을 해야 했다.
나는 그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으니까. 하지만 알고 있다. 그 파편들 중 일부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것을.
오늘, 지상 관제소에서 경보가 왔다.
충돌 확률 500분의 1. 통상 기준으로는 회피 기동이 필요한 수준이다. 대상은 십 년 전에 수명이 다한 러시아 기상위성의 잔해. 크기 추정 불가. 내 고도를 비슷한 속도로 교차한다.
이런 경보를 처음 받는 것이 아니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이 궤도 대역에서 기록된 공식 회피 기동 횟수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 건이었다. 그것도 추적 가능한 물체와의 충돌만 따진 숫자다.
관제팀은 기동을 결정했다. 추진제를 태워 고도를 살짝 올린다. 몇 초 후, 나는 궤도를 미세하게 이탈한다. 아주 조금. 하지만 이 속도에서 그 작은 차이는 수 킬로미터의 엇갈림을 만든다.
파편은 내가 있던 자리를 지나갔다.
조용하게. 아무 소리 없이. 우주에는 소리가 없으니까.
다시 원궤도로 복귀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 하늘이 붐비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에만 급급했고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뒤로 미뤘다. 지구 아래 바다가 플라스틱으로 채워지듯, 지구 위 하늘도 조용히 녹슨 금속으로 채워졌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파편이 될 것이다. 수명이 다하면 대기권으로 진입해 불타 없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추진제가 먼저 바닥날 수도 있고, 통신이 먼저 끊길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통제를 잃고 그냥 떠돈다. 또 하나의 이름 없는 파편이 되어.
그 생각이 무겁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오늘 내가 아는 것은 이것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궤도를 돌고 있다. 아래 어딘가의 스마트폰 하나가 내 신호를 잡고, 인터넷에 닿지 못하던 누군가가 닿는다. 섬마을 의사가 환자 기록을 전송하고, 산간 학교 아이가 화면에서 뭔가를 읽는다.
나는 그것을 위해 여기 있다.
하늘이 붐비는 것은 사실이다. 붐빌수록 이 일은 더 위태롭다. 하지만 위태롭다는 것과 멈춰야 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나는 오늘도 초속 7.6킬로미터로 달린다. 파편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