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의 사냥꾼
중국 생산 독점에서 탈출하려는 태양광 회사가 동남아 공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모험기.
태양은 언제나 공평하게 빛났다. 하지만 그 빛을 잡아 전기로 바꾸는 일은 결코 공평하지 않았다.
솔빛코퍼레이션은 오랜 시간 사슬에 묶인 채 달렸다.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 셀, 모듈까지 — 태양광 공급망의 거의 전부가 중국의 손 안에 있었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생산량의 80퍼센트 이상을 장악한 그 손은 부드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주먹을 쥐듯 조여드는 날도 있었다.
2024년 봄이 그랬다. 미국 정부가 신장산(産) 소재를 포함한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전면 강화하면서, 창고에는 완성품이 쌓이고 납기는 무너졌다. 솔빛코퍼레이션의 조달 담당자 박수현은 서울 사무실에서 협력사 목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훑었다. 상위 열 개 공급처 중 여덟이 중국 업체였다. 대안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 아직 없었다.
결단은 그날 밤 내려졌다. 베트남 북부, 말레이시아 페낭, 태국 아유타야. 세 곳에 동시에 생산 거점을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미친 짓이라는 말이 회의실을 한 바퀴 돌았다. 자금도, 인력도, 시간도 모자랐다. 그러나 수현의 생각은 달랐다. 계속 사슬 안에 있으면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이 된다. 그 사실은 이미 봄에 증명됐다.
베트남은 첫 번째 관문이었다. 공단 부지 계약 서명 직전, 현지 파트너사가 돌연 임대료를 두 배로 올렸다. 협상이 결렬됐고, 대체 부지를 찾는 데 석 달이 사라졌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지 채용 비율과 기술 이전 조건을 둘러싼 규제 문턱이 예상보다 높았다. 태국 공장은 착공 직후 우기가 시작되면서 기초 공사가 한 달 넘게 멈췄다. 세 전선이 동시에 삐걱거렸다.
그사이 중국에서 조용한 신호가 왔다. 기존 협력사 한 곳이 납기를 슬그머니 늦추기 시작했다. 공식 이유는 없었다. 물량이 많아서도, 자재가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늦어졌다. 수현은 그 의미를 알았다. 이쪽의 움직임을 누군가 읽고 있었다. 탈출 시도가 감지되고 있었다.
위기의 정점은 가을에 왔다. 베트남 1호 라인의 핵심 장비가 세관에서 막혔다. 서류 문제라고 했지만, 문제가 되는 서류는 매번 달라졌다. 삼 주가 흘렀다. 현장 담당자는 하루에 열두 번씩 전화를 걸었고, 법인 변호사는 하노이와 서울 사이를 오갔다. 수현은 현지 호텔 로비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고장 난 에어컨이 헐떡이는 소리를 들으며 대체 통관 루트를 찾았다. 잠이 없었다. 있다 해도 들어오지 않았다.
물꼬가 트인 것은 뜻밖의 경로였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과 맞아떨어졌다. 어딘가의 전화 한 통이 어딘가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가로막혀 있던 통관 서류에 도장이 찍혔다. 창고 한켠에 쌓인 장비들이 하나씩 공장 바닥으로 들어왔다.
첫 번째 패널이 라인 끝에서 나왔을 때, 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란 셀들이 촘촘히 박힌 패널은 공장 천장의 형광등 빛 아래서도 작게 반짝였다. 태양이 없어도 빛을 기억하는 것처럼.
말레이시아 공장은 아직 반쪽이다. 태국은 이제 막 첫 번째 품질 검사를 통과했다. 공급망은 조금씩 이동하고 있지만, 중국의 손이 완전히 열린 것도 아니고, 솔빛코퍼레이션의 사슬이 완전히 끊어진 것도 아니다. 새로운 지형 위에서 또 다른 저항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수현은 안다.
태양은 여전히 공평하게 빛난다. 누가 그 빛을 잡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