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보험 청구
보험 사기단으로 의심받는 청구자가 조사관을 납득시키려 애쓰는 72시간
1장. 조사실, D+0
형광등이 깜박였다. 한 번, 두 번. 오세진 조사관이 테이블 위에 서류 묶음을 내려놓는 소리가 그 깜박임 사이에 끼어들었다.
“강민준 씨, 사고가 발생한 시각이 오전 2시 47분이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각에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창문이 없는 방이었다. 공기에서 복사기 토너 냄새가 났다. 청목화재보험 사기조사팀 사무실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테이블 하나, 의자 둘, 그리고 형광등 하나.
“기상청 자료입니다.” 오 조사관이 출력물을 밀었다. “블랙박스에는 와이퍼가 작동 중이었습니다.”
나는 그 종이를 내려다봤다. 숫자들이 선명했다. 습도 34%, 강수량 0mm.
어떻게 설명하지.
72시간. 그게 조사팀이 보험금 지급 결정을 보류할 수 있는 법정 최대 기한이었다. 그 안에 내가 사기범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파일은 금융감독원으로 넘어갔다. 그 단계부터는 내가 아니라 변호사가 말해야 했다.
“와이퍼는 자동 모드였습니다.”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떨렸다.
오 조사관은 받아 적지 않았다.
2장. 편의점 주차장, D-3일 전
사고 사흘 전, 나는 편의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을 그냥 앉아 있었다.
어머니 병원비 청구서가 조수석에 놓여 있었다. 세 장. 수술비, 중환자실 입원비, 항암제 처방전. 합산하면 2,400만 원이었다. 보험이 커버하는 범위를 넘어선 금액. 나는 그걸 넘어선 것이 얼마인지 계산기를 두 번 두드려 확인했다. 계산기가 틀렸기를 바라면서.
맞았다.
나는 그날 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차가 전손 처리되면. 보험금이 나오면.
그것이 계획이었다면, 나는 사기범이다.
하지만 그것은 계획이 아니었다. 단지 그 순간, 나는 내가 사는 세계가 너무 좁다고 느꼈다. 2,400만 원이라는 숫자가 그 세계의 벽이었다.
3장. 조사실, D+1
다음날 오 조사관은 사진을 꺼냈다.
현장 사진이 아니었다. CCTV 캡처였다. 사고 지점에서 약 400미터 전. 타임스탬프는 오전 2시 31분.
“이 차가 맞습니까?”
내 차였다. 도로 한복판에 세워져 있었다. 비상등이 켜진 상태.
“왜 세웠습니까?”
나는 기억했다. 졸음이 밀려왔던 것. 갓길도 없는 도로였고, 나는 잠깐 멈춰 창문을 열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16분 뒤 나는 다시 출발했고, 그로부터 정확히 16분 후 가드레일을 쳤다.
“졸렸습니다.”
“새벽 두 시에 그 도로를 왜 운전했습니까.”
“어머니 병원에서 오는 길이었습니다.”
오 조사관이 처음으로 뭔가를 받아 적었다.
나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그의 얼굴은 형광등처럼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4장. 70번째 시간
청목화재보험 사기조사팀이 연간 처리하는 의심 건수는 수천 건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집계로 국내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최근 몇 해 동안 연간 수천억 원 규모였다. 오 조사관 같은 사람들이 그 숫자 뒤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70번째 시간에 처음 떠올렸다.
병원 기록이 도착했다. 어머니의 입원 기록. 사고 당일이 퇴원 다음 날이었다는 것. 그 전날 밤 면회 기록. 내가 오전 1시 20분에 주차장을 떠난 기록.
오 조사관이 파일을 닫았다.
“보험금 지급 보류는 해제됩니다.”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가 덧붙였다. “와이퍼 자동 모드 작동 원인은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
그는 서류를 집어 들고 나갔다. 문이 닫혔다.
형광등이 다시 깜박였다.
나는 그 불빛을 오래 바라봤다. 보험금이 나올 것이다. 어머니의 청구서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72시간 동안 내가 했던 생각들, 편의점 주차장에 혼자 앉아 계산기를 두 번 두드렸던 그 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고 어디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사기범으로 만드는지, 아니면 그냥 사람으로 남기는지를, 나는 아직 모른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