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 Vol. III · No.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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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정수장 기술자의 4시간

도시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 기술자가 새벽 3시에 수질 센서의 비정상 신호를 감지한다.

· 3분 읽기 · #스토리#액션

새벽 세 시 열두 분이었다.

이하준은 모니터 앞에서 몸을 일으켰다. 3번 탁도 센서가 0.3 NTU에서 갑자기 2.7 NTU로 튀어올랐다. 경보음이 울리기 전에 이미 그의 눈이 숫자를 읽었다. 17년 경력. 경보보다 먼저 반응하는 것은 몸이 먼저 배웠다.

“오작동이면 좋겠는데.”

그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제어실 창문 너머 배수지 방향을 바라봤다. 깜깜했다. 이 정수장은 하루 평균 28만 세제곱미터의 수돗물을 도시로 보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틀고 있다.

그는 현장으로 뛰었다.


취수 펌프장과 착수정 사이 구간. 손전등 불빛이 수면을 훑었다. 육안으로는 이상이 없었다. 물은 여전히 검은색이었다 — 새벽이라 그런 게 아니라 야간 조명 아래 모든 물은 검다. 그는 손가락 끝을 수면에 대보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됐다.

착수정 샘플링 포트에서 채취한 물을 현장 탁도계에 올렸다. 2.4 NTU. 센서가 틀리지 않았다.

수돗물 수질기준은 탁도 0.5 NTU 이하다. 지금 수치는 그 다섯 배에 가깝다. 응집침전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면 이 수치가 나오면 안 된다.

그는 응집제 주입 펌프 쪽으로 뛰었다.


3호 응집 펌프가 멈춰 있었다. 전원은 들어와 있는데 축이 돌지 않았다. 하준은 펌프 동체에 귀를 댔다. 진동음이 없었다. 과부하 트립인지, 임펠러 이물질인지, 아니면 전기계통인지. 원인보다 지금 할 일이 먼저였다. 그는 1호와 2호 응집 펌프의 주입량 설정을 3분의 2씩 올렸다. 부하가 걸리면서 펌프 소음이 달라졌다. 달라진 소음을 들으면서 제어실로 뛰어 돌아갔다.

새벽 세 시 이십팔 분. 탁도 수치가 내려가고 있었다. 2.1, 1.7, 1.3.

그러나 아직 기준치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배수지에서 이미 얼마만큼의 물이 도시 배관망으로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배수지 유출 밸브 제어 화면을 열었다. 야간 최저 수요 시간대라 유량이 낮았다 — 초당 0.4 세제곱미터. 이 정도면 펌프 한 대가 다운된 이후 배수된 양은 많지 않다. 아직 수도꼭지 앞까지 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 확신이 아니었다.

그는 비상 연락망을 펼쳤다. 시청 상수도사업본부 야간 당직. 발신음이 두 번 울렸다.

“이하준입니다. 월암 정수장. 탁도 이상 발생했습니다. 지금 수치 회복 중인데 배수 일시 차단 필요성 판단 요청드립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잠 깬 목소리가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새벽 네 시 이십 분.

탁도는 0.38 NTU까지 내려왔다. 기준 이하였다. 응급 처치가 먹혔다. 배수 차단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 수질 회복 추이를 보고 야간 당직 관리자가 보류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준은 그 결정이 옳은지 틀렸는지 모른다. 자기 판단이 아니었다.

그는 3호 펌프 앞에 다시 쪼그려 앉았다. 플랜지 볼트를 하나씩 풀었다. 케이스를 열자 임펠러 날개 사이에 무언가 끼어 있었다. 비닐 조각이었다. 취수구 스크린을 통과한 것인지, 아니면 배관 내부에 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손으로 꺼내는 데 이십 초가 걸렸다.

펌프를 재기동했다. 정상 작동음이 돌아왔다.


새벽 다섯 시 사십 분. 하준은 사고 발생 경위서 초안을 작성하면서 식은 캔커피를 마셨다. 3호 펌프 이상 감지, 응급 주입량 조정, 탁도 회복, 이물질 제거, 재기동 완료. 순서대로 적으면 깔끔한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두 시간 반 동안 자신이 옳은 판단만 한 게 아니었다. 응집 펌프 잔여 용량이 부하를 감당하지 못했다면, 탁도가 계속 올랐다면, 배수 차단이 조금만 늦었다면 — 어느 갈림길 하나만 달라졌어도 새벽 여섯 시 뉴스에 나올 일이 됐다.

창밖이 밝아오고 있었다. 도시가 깨어나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커피를 끓이려고, 아이 분유를 타려고, 수도꼭지를 틀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냥 물이 나왔다.


3호 펌프 정기 점검 주기는 반기에 한 번이었다. 하준은 경위서 마지막 줄 아래에 한 줄을 덧붙였다.

취수구 스크린 망목 규격 재검토 필요.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었다.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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