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샘의 거래소
물 부족 위기 속에서 한 블록체인 수자원 거래 플랫폼이 지역사회를 극단적으로 양극 분화시키는 스릴러를 그린다.
여름이 열여섯 달째 계속됐다.
이준은 새벽 다섯 시에 잠에서 깼다. 마을 공동 관정 앞에 서면 수위계 바늘이 붉은 선 아래 죽어 있었다. 이제는 확인하러 가지 않았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으니까.
이웃 농가들이 하나둘 수원 채권을 팔았다는 소문이 나돈 것은 석 달 전이었다. 매수자는 사람이 아니라 지갑 주소였다. ‘수맥넷’이라는 블록체인 거래소가 가뭄이 절정이던 봄에 마을에 들어왔다. 운영사는 지하수 채굴권을 토큰으로 쪼개 전 세계 유동성 시장에 내놨다. 2020년 미국의 한 선물거래소가 물을 처음 금융 자산으로 상장했을 때와 같은 논리였다. 희소성이 가격을 만들고, 가격이 절약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준이 본 것은 달랐다.
채권을 판 농가들은 그 돈으로 인근 도시의 정수 서비스를 구독했다. 팔지 않은 집들은 공동 관정 접근이 차단됐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잠금을 자동으로 집행했다. 논리를 반박할 수 없었다. 이준이 가진 채권도 절반은 이미 팔려 있었다. 그가 직접 서명한 트랜잭션이었다. 목이 말라서.
갈등이 터진 것은 박 노인의 손녀가 관정 잠금 장치를 망치로 부쉈을 때였다. 경찰이 왔다. 채권 소유자들, 즉 외국의 지갑 주소들이 고소했다.
새벽 두 시, 이준은 수맥넷 대시보드를 열었다. 이 마을 수원 채권의 총 비중은 플랫폼 전체 유동성의 0.3퍼센트였다. 화면 저 너머, 마켓 메이커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었다.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격이 뛴다. 수문학의 법칙이자 거래소의 법칙이었다.
관정 수위는 계속 내려갔다. 블록체인 원장은 계속 기록됐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본 글은 허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